국세청, 양심실종 고액체납자들에 올 8633억원 추징
상장기업 대표인 A 씨는 보유주식을 팔아 수백억 원을 챙겼다. 그는 이 돈을 73차례 자금세탁을 한 뒤 아내와 자녀 등에게 넘겼다. 겉으로 빈털터리가 된 A 씨가 파산신청을 하는 동안, 그의 부인은 고급 아파트를 장만하고 금융투자에 열을 올렸다.
A 씨는 증여세 등 각종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해외 골프여행을 다니다 결국 국세청의 ‘숨긴 재산 무한추적팀’에 꼬리를 밟혔다. 국세청은 A 씨 부인 명의인 집을 압류해 조세채권 확보에 나섰다.
12일 국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A 씨 같은 고액체납자로부터 징수하거나 압류 방식으로 확보한 체납세금은 8633억 원에 달했다. 국세청은 7월까지 고액체납자 1420명으로부터 5103억 원을 현금으로 징수하고 2244억 원어치의 재산을 압류했다. 소송을 거쳐 확보한 조세채권은 1286억 원 규모였다.
중견 건설업체 사주인 B 씨는 회사는 망했지만 개인은 부자인 경우였다. 회사가 법인세 등 320억 원의 세금을 체납한 채 도산했지만 B 씨는 수백억 원인 부동산을 미등기 상태로 숨겨 왔다. 그는 사전 증여와 일감 몰아주기 방식으로 부인과 자녀에게 빌딩과 골프장을 넘겨놓고 외국 휴양지로 도피했다. 국세청은 B 씨의 부동산을 찾아내고 공매 처분해 체납액을 현금으로 거둬들였다.
허위 수출로 수백억 원의 세금을 부정 환급받은 뒤 재산을 가족에게 빼돌린 수출업체 대표가 적발되는가 하면, 부동산 투기와 탈세로 챙긴 수십억 원을 모두 현금으로 바꿔 숨긴 지방 병원의 이사 부인도 있었다.
국세청은 체납자와 함께 세금 회피를 방조한 체납자의 친인척 등 62명을 체납처분면탈범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은 출입국기록이 잦거나 해외송금액이 많은 체납자를 중심으로 추적 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