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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性교육’이 답이다]덴마크 1주일 3시간씩… 캐나다 성추행-강간 사례중심

입력 | 2012-09-11 03:00:00

■ 선진국선 성교육 어떻게




‘남자가 여자친구 집에 놀러 갔다. 둘은 키스했고 얼마 뒤 남자가 성관계를 요구했다. 여자친구가 웃으며 그만하자고 말했지만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여자를 침대에 눕히려 했다.’

캐나다 고교 성교육 교과서에 나오는 ‘실제 상황’이다. 교과서는 ‘남자의 행위를 어떻게 보는가?’라고 질문한 뒤 상대방의 확실한 동의가 없는 성관계는 성폭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로맨스와 성폭력의 경계를 교과서를 통해 분명하게 배우는 것이다.

선진국에선 성교육의 목표가 성범죄 예방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강력한 만큼 학생들이 미흡한 교육 탓에 성범죄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캐나다 정부가 만든 성교육 커리큘럼을 보면 성폭력의 세부 유형을 구체적으로 가르치도록 돼 있다. 교과서는 ‘성폭력은 무엇인가’ ‘성추행, 데이트 폭력, 강간은 어떻게 다른가’ ‘성폭력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등을 주제로 하여 구성돼 있다. 사례 토론 중심으로 성교육이 진행된다.

국가 차원에서 성교육을 의무화하고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교육하는 것도 선진국의 공통점이다. 덴마크는 초등학교부터 성교육을 의무화했다. 공립학교는 입학 후 졸업 때까지 10년 동안 교사 1명이 담임을 맡는데 담임교사가 성교육을 담당한다. 한 교사가 10년 단위 커리큘럼을 토대로 개별 학생의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성교육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에 가면 보건교과가 개설돼 있고 한 주에 3시간씩 1년에 4주간 집중 성교육을 한다. 또 10여 개 학교당 1명의 ‘성교육 전문 의사’가 배치돼 정기적으로 방문 특강도 한다.

스웨덴은 ‘부모가 자녀의 학교 성교육을 반대할 수 없다’는 법조항이 있을 정도로 강력한 의무 성교육을 실시한다. 스웨덴은 왕립교육위원회가 제작한 가이드라인을 따라 4세부터 20세까지 5단계로 구분해 교육하고 있다. 프랑스는 1973년부터 성교육을 정규 교과 과정에 포함시켜 1년에 30∼40시간을 배정했다. 세계적인 음란물 제작 유통 국가 중 하나인 일본도 연간 70시간 이상 교육한다.

학교 성교육을 가정 등 지역사회와 연계해 운영하는 나라도 많다. 독일 학교는 매 학기 초 성범죄 예방 가정통신문을 보낸다. ‘다른 사람이 준 선물 받지 않기’ ‘모르는 사람의 차에 타지 않기’ 등 학부모가 평소 자녀에게 가르쳐야 할 성범죄 예방 지침을 안내하기 위해서다. 방과후 수업 시간에는 경찰관이 정기적으로 학교를 찾아 상황별 성범죄 대처 요령을 가르친다. 학생 스스로 최소한의 방어를 할 수 있도록 유도 등 호신술을 집중 연마하는 특별활동 프로그램도 많다.

미국은 의사 사회학자 교사 법관 경찰관 등이 참여하는 기구(SIECUS)에서 성교육 관련 교재를 만든다. 최근의 성범죄 유형과 가해자의 심리적 특성 등 실제 현실을 성교육에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서다.

윤인경 한국교원대 가정교육학과 교수는 “지금 우리의 성교육 과정은 정규과목이 아니라서 교과과정이 개정되면 언제든지 삭제될 수 있다”며 “어릴 때부터 무엇이 성범죄인지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교육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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