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몇몇의 사소한 내기가 SNS타고 3000명 축제로20대 도전자 85분 만에 성공… “기업도움 없는 첫 SNS이벤트”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원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혼자 24인용 군용텐트를 치는 데 성공한 육군 부사관 출신 이광낙 씨가 텐트 위로 올라가 환호하고 있다. 인터넷 생중계 화면 캡처
이날 모인 시민들은 육군 부사관 출신 이광낙 씨(28)가 제한시간 2시간 안에 24인용 군용텐트를 혼자 힘으로 치는 모습을 보며 열광적인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같은 시각 누리꾼 10만여 명도 인터넷으로 생중계를 지켜봤다.
행사의 발단은 지난달 30일 인터넷 카메라 동호회 커뮤니티 ‘SLR’에서 벌어진 입씨름이었다. 주제는 ‘24인용 군용텐트를 혼자 칠 수 있는가’였다. 길이 10m, 폭 5m에 달하는 군용텐트는 혼자 힘으로 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트위터를 통해 문의를 받은 국방부는 혼자 힘으로 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의견을 냈다. 텐트를 치려면 가운데 용마루(텐트의 가장 높이 솟은 부분)를 지지하는 3m 높이의 지주 3개를 세우고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씨가 “텐트만 구해주면 직접 증명해 보이겠다”고 글을 올리면서 논쟁이 촉발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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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에서 이 씨는 제한시간 35분을 남겨두고 텐트 치기에 성공했다. 이 씨는 텐트 양쪽 끝의 기둥을 먼저 세우고 천을 씌운 다음 용마루 지주를 세우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씨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한 텐트 치기 내기에서 시작된 행사가 누리꾼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가 됐다는 점에서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행사 사회를 맡은 김 씨도 “몇몇 누리꾼이 인터넷에서 나눈 대화가 기업의 도움 없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도움으로 대규모 페스티벌이 된 과정은 기적에 가깝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첫 SNS 페스티벌 성공의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
함돈균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는 “대기업의 재정 도움 없이도 SNS만으로 사회적 이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벤트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국방부는 다소 머쓱한 표정이다. 국방부 트위터 대변인은 9일 “Lv7벌레(닉네임)님이 2시간 내에 성공하셨다. 24인용 텐트 혼자 치기는∼ 가능한 걸로!!^^”라는 글을 올렸다. 군 관계자는 “야외전술훈련 등을 할 때 24인용 군용텐트는 병사 8명이 10분 이내에 설치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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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기자 uns@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