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문인 ‘북한펜클럽’ 이끄는 시인 장진성
‘북한펜클럽’ 사무국장인 장진성 시인이 7일 자신이 대표로 있는 북한전문매체 ‘뉴포커스’ 사무실 바닥에 깐 평양 위성사진 위에 앉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북한이 탈북 문인 20여 명으로 구성된 ‘북한펜클럽’의 국제펜(PEN) 가입을 연일 맹비난하는 가운데 이 클럽 사무국장인 장진성 시인은 7일 “북한은 문학의 힘이 얼마나 강한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과잉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경북 경주시에서 개막하는 제78차 국제펜대회는 국내외 700여 명의 문인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문인 행사. ‘북한펜클럽’은 이번 대회에서 144번째 센터로 국제펜에 가입하고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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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를 하면서 ‘왜 유럽에 아프리카나 중동의 인권 상황은 잘 알려져 있는데 북한은 그렇지 않으냐’고 따져 물었어요. 그랬더니 이렇게 답하더군요. ‘유럽에는 아프리카나 중동의 망명 작가가 많이 있고 이들은 노벨문학상도 받았다. 유럽인들은 그들을 통해 해당 국가의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이제 정치가가 아니라 문호의 말을 신뢰하고 듣는다’라고요.”
장 시인은 이를 계기로 북한 인권 운동도 이념이 아닌 문화적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귀국 후 북한펜클럽 설립에 앞장서게 됐다. 시인은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와 노동당 통일전선부에서 일하다 2004년 탈북했다.
그의 시집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는 미국과 일본에서도 출간됐고 5월에는 영국 옥스퍼드 워덤 칼리지가 주는 ‘렉스 워너상’을 받았다. 6월에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시 축제 ‘더 포이트리 파르나소스’에도 초대돼 다녀왔다. 일본 분게이슌주(文藝春秋)는 11월 그의 수기를 출간할 예정이다. 캐나다를 포함해 6개국에서도 문학 행사 초대장을 보내 왔다.
“해외에 가면 남한 작가인 줄 알아요. 제가 ‘유럽에서 태양이 침몰한 날(타이타닉호 침몰 날), 동양에서는 태양이 솟았다(김일성 주석 생일)’고 북한에서 찬양한다고 말하면 그제야 경악하며 큰 관심을 갖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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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