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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코리아/브래드 벅월터]“한국말 빨리 배우려면 김치 먹어라”

입력 | 2012-09-07 03:00:00


브래드 벅월터 ADT캡스 대표

처음 한국에 와서 먼저 와 있던 선배에게 한국말을 빨리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선배는 “한국말을 빨리 배우려면 김치를 먹으라”고 조언을 했다. 당시엔 웬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어 흘려들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20여 년을 지낸 지금은 그 선배의 조언이 얼마나 현명하고 지혜로운 것이었는지 깨닫고 있다.

김치를 먹으려면 반드시 한국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들과 자주 어울려야 한다. 음식을 나눠 먹으며 대화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와 언어에 익숙해진다. ‘김치를 먹어야 한국말을 빨리 배운다’는 선배의 조언은 그런 의미였다. 나 역시 김치를 즐기며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에 녹아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김치보다 김치찌개에 먼저 눈을 떴다. 미국에서 들었던 김치의 이미지는 차갑고 매운,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맛이었기에 쉽게 손이 가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따뜻한 국물로 나온 김치찌개를 접했다. 밥과 함께 한술 떠먹자니 그 자극적인 맛이 입안 가득 느껴졌다.

김치찌개는 김치 특유의 맛을 살리면서도 국물이 있어서 복잡한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한 그릇 먹고 나면 몸이 가벼워지면서 기운도 생겨난다. 거기에 삼겹살을 곁들여 소주라도 한잔한다면 금상첨화다. 김치찌개가 주는 맛과 영양은 각별하다. 그렇게 중독성 있는 김치찌개는 이제 내 일상의 에너지원이 됐다.

자극적인 색과 맛이지만 몸에 좋은 발효음식인 김치를 오래도록 먹다 보니 나 자신도 한국인의 DNA가 생긴 듯하다. 이제 김치를 먹으면 힘이 솟아난다. 한국 사람들이 왜 그렇게 열정적이고 감정이 풍부한지 이제야 알 것 같다. 김치 때문인 것 같다.

인생의 절반을 미국에서 살면서 여러 나라의 음식을 맛봤고, 그중에 멕시코 음식을 즐겨 먹었다. 멕시코 음식에는 타코나 부리토처럼 매운 음식이 많은데, 이런 음식에 익숙한 나는 한국의 김치찌개 역시 맵다고 느끼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식당에 가서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으려면 별도의 주문을 해둬야 한다. 외국 사람은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식당 주인들이 찌개를 싱겁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경영자라고 해서 집무실에만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회사에서 보고를 받으면 대부분 좋은 내용만 듣게 마련이다. 힘든 일은 무엇이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사람들의 속마음은 어떤지를 알기 위해서는 시간을 내 그들과 얼큰한 김치찌개와 삼겹살에 술 한잔을 해야 한다. 음식을 나누고 친밀감이 더해지면 소통은 자연스러워진다. 그래서 나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소통하라고 말해준다.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이면 나는 어김없이 김치찌개 식당을 찾는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단골집은 가족이나 외국인 친구는 물론이고 거래처 사람이 올 때마다 꼭 데리고 가는 코스가 됐다. 그들 대부분이 김치보다는 김치찌개를 잘 먹는다. 한국을 방문하는 본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도 나는 시간을 내 김치에 대해 소개한다.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고, 한국인과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문화유산이며, 몸에도 좋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김치와 김치찌개를 세계 사람들이 함께 즐겨 먹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김치찌개가 또 먹고 싶어진다. 일이 끝나면 좋은 사람들과 이태원 단골집에 찾아가야겠다.

브래드 벅월터 ADT캡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