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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벼가 하얗게 말라 죽어가요” 볼라벤 할퀸 자리 ‘망연자실’

입력 | 2012-09-07 03:00:00

충남 서해안 백수현상 확산




충남 서산시 부석면 AB지구 농경지. 태풍의 영향으로 백수현상이 나타나 벼들이 하얗게 죽어 가고 있다. 이 지역은 2010년 곤파스 태풍 때에도 백수현상으로 많은 피해를 봤다. 서산시 제공

충남 서산시 부석면과 고복면, 태안군 남면 등지에서 68ha(약 20만 평)에 이르는 대규모 쌀농사를 짓는 유영철 씨(51)는 요즘 아침저녁으로 논에 나가 한숨만 쉬다 들어온다. 수확을 앞둔 벼의 80%가량이 지난달 말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지나간 뒤 백수현상으로 죽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태풍이 오자마자 영양제를 뿌리면서 백수현상을 막아 보려 안간힘을 썼지만 효과는 없었다. 유 씨는 “대농이라고 하지만 75%가량은 임대 농지”라며 “이미 임대료는 지급했고 농사 비용도 모두 썼는데 내년 농사를 어떻게 지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농작물재해보험을 든 경작지가 85%가량인데 오히려 정부조사보다 피해를 적게 산정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태풍은 지나갔지만 충남 서해안 지역의 농민들은 백수현상 확산으로 올해 농사를 망치고 있다. 충남도는 태풍 이후 현재까지 서산 6500ha, 태안 2417ha, 보령 370ha, 당진 300ha, 서천 111ha, 부여 35ha, 홍성 2ha 등 모두 도내 9833ha의 농지에서 백수현상이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백수현상은 이삭이 여물지 않고 수분으로 채워진 상태(유수기)에서 건조한 바람이 불어 말라 버리거나 염분이 포함된 해풍이 불어 영양분 공급이 막혀 벼가 하얗게 죽어 쭉정이만 남는 것을 말한다. 2010년 태풍 ‘곤파스’ 때도 서산시와 태안군 일대에 대규모로 백수현상이 발생해 피해가 컸다.

충남도는 현행 자연재해대책법상으로는 충분한 보상이 어렵다고 보고 정부에 특별지원을 건의했다. 그동안 거의 모든 벼에 피해를 본 경우에만 ha당 110만 원의 대파대(대신 다른 작물을 파종하도록 하기 위한 종자 구입비)를 지원했다. 도는 이를 확대해 50%만 피해를 봐도 대파대를 지급하고 그 외에 100만 원을 추가로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백수피해 벼는 ‘등외’로 분류해 공공비축미로 별도 수매하거나 철새 도래지의 경우 새 먹이용으로 쓰도록 매입해 줄 것도 건의했다.

충남도는 백수피해가 꽤 시일이 지나서야 나타나기 때문에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피해조사 기간을 당초 이달 9일까지에서 13일까지로 늦춰 줄 것도 주문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백수피해 면적은 잡혀 있지만 피해액 산정이 어려워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며 “하지만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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