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랑에 평생을 쏟고 있는 아일랜드 출신의 마이클 이어돈 신부(왼쪽)와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 신부. 이어돈 신부는 잘하는 한국 노래를 묻자 ‘감수광’을, 맥그린치 신부는 ‘강남스타일’을 꼽으며 큰 웃음을 터뜨렸다. 제주=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2년 반만 있다 내 갈 길을 가려고 했는데….”(마이클 이어돈 신부·58)
4일 오후 제주 이시돌 목장에서 만난 아일랜드 출신의 두 신부는 제주도와의 인연을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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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뒤를 이어 목장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어돈 신부와 제주의 인연도 운명적이다. 대학 졸업 뒤 1978년 수의사로 이 목장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다 사제의 길을 걷게 됐다. 고국의 아버지는 아일랜드 교구에서 사제로 활동할 것을 권유했지만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수의사에서 신부로 변신해 1986년 서울에 도착했어요. 그랬더니 호칭이 마이클 씨에서 마이클 신부님이 되더군요(웃음). 그런데 서울에서 빈민 사목 활동도 하느라 다시 제주에 오는 데 7년이나 걸렸어요.”
임피제 신부는 제주 한림이라는 지명을 콕 찍어 “바로 여기가 내 고향”이라고 말했다. 7년에 한 번씩 휴가차 모국에 간 것을 빼면 쉬지 않고 제주에서 목장과 협동조합 등을 운영하며 주민들과 고락을 같이했다. 그는 “남들은 휴가 다녀오면 다른 본당으로 부임하라는 명령을 받는데 저는 계속 제주에서 일하라는 말만 들었다”고 덧붙였다.
두 신부는 같은 나라 출신인 데다 남다른 인연으로 얽혀 있다. “(맥그린치) 신부님이 한국에 온 그해 내가 태어났고, 지난해 사제 서품 60주년을 맞으셨을 때는 전 25주년이었습니다. 가끔 이 인연이 ‘팔자’ 아닌가 생각해요. 아니, 하느님의 섭리라고 해야죠.(웃음)”(이어돈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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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신부는 자신들이 누구보다 사랑해 온 제주와 한국의 변화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금메달을 못 따도 최선을 다한다면 소중한 일이죠. 요즘 한국 사회가 지나치게 1등이 되기 위한 공부와 운동에만 매달리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제주=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