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이은 태풍에 피해 확산
29일 오후 전북 장수군의 한 과수원에서 35사단 장병들이 떨어진 사과를 줍고 있다. 35사단은 이날 장병 140명을 투입해 태풍 피해를 입은 농가를 지원했다. 일부 대형마트와 서울시내 전통시장 등은 이번 태풍으로 떨어진 낙과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낙과 팔아주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장수=연합뉴스
태풍 ‘볼라벤’에 이어 덴빈이 북상하면서 광주 전남지역 태풍피해 복구작업이 중단되고 심각한 2차 피해마저 우려되고 있다. 강풍에 이은 비로 농심은 타들어 가고 있다.
전남 순천시 낙안면 이곡리 노암마을의 안철호 씨(58)는 과수원 바닥을 하얗게 뒤덮고 있는 배 위로 떨어지는 굵은 빗줄기를 바라보며 긴 한숨만 내쉬었다. 태풍 볼라벤이 몰고 온 강풍으로 낙안면 일대 과수원 배 낙과율은 80∼90%에 이를 만큼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폭우까지 내리자 농민들은 수북이 떨어진 배를 수거하는 것을 포기한 채 망연자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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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는 30일 현재 논 2283ha가 침수됐고, 벼와 고추 등 밭작물 쓰러짐 피해도 2826ha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배와 단감 등 수확기 낙과 피해도 순천과 나주 2152ha, 장성 853ha 등 모두 5606ha에서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날 덴빈이 완도 해안에 상륙해 내륙을 따라 북상하면서 서남부지역에 침수피해가 잇따랐다. 오전 11시 현재 진도 230mm, 신안 임자 190mm, 목포 156mm, 신안 하의도 148mm, 광주 68mm의 강수량을 나타냈다. 목포시 죽교동, 북항동, 상동 시외버스터미널, 2·3호 광장 등 저지대 일대 도로가 물에 잠겨 한때 차량이 통제됐다. 온금동 옛 충무동사무소 인근 길이 40m, 높이 2m의 옹벽이 붕괴돼 주민들이 대피했고 용당동과 북항동 등 저지대 주택 30여 채가 침수돼 3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전남도소방본부 관계자는 “볼라벤 때 강풍으로 전복양식장, 선착장 시설 등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봤지만 이번에는 농작물 침수도 심각할 것”이라며 “고추 대파 콩 깨 등이 다 못 쓰게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전날 민군과 함께 피해조사 및 복구작업을 벌였으나 이날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자 복구작업을 일시 중단했다. 비닐하우스 복구작업에 병력을 투입했던 육군 31사단과 전남지방경찰청도 복구작업을 중단한 채 물이 빠지기만을 기다리다 오후부터 일부 병력을 투입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