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8일 서울 청계천6가 전태일 열사 동상 앞에서 헌화를 하려 하자 김정우 쌍용차노조 지부장(오른쪽)이 ‘대국민사기극’이라고 적힌 팻말을 내밀며 항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전태일재단 인근에 도착했지만 쌍용차 노조원 등 60여 명이 재단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을 막았다. 박 후보는 전태일재단 박계현 사무총장과 통화해 “다른 기회에 뵙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박 후보는 발길을 돌려 청계천 6가에 있는 ‘전태일 다리’를 찾아가 동상에 헌화를 하려 했으나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이 동상 앞에 주저앉아 가로막았다. 안내를 맡은 김준용 국민노동조합 전문위원이 박 후보로부터 국화 다발을 건네받아 헌화했으나 노조원들은 이 꽃을 길가로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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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후보의 이날 일정은 전태일 열사의 분신 당시 청계피복노조 대의원이자 친구였던 김 전문위원을 통해 박계현 사무총장과의 사전 조율을 통해 진행됐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전태일재단에 방문을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고 재단 내부 조율을 통해 허락을 받아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 측과 직접 접촉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태일 열사 동생인 민주통합당 전순옥 의원은 “재단 방문보다 현재의 노동 문제 해결이 우선시돼야 한다”며 방문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고, 또 다른 동생인 전태삼 씨도 “22명의 노동자가 죽은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부터 방문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낭독했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박 후보는 앞으로도 그늘진 곳에서 힘든 삶을 사는 분들에게 먼저 다가갈 것”이라며 “누구도 국민을 통합하겠다는 박 후보의 행보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국민대통합과 2030세대와의 소통 강화 콘셉트에 따른 ‘동선 정치’를 계속하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와 김영삼 전 대통령 예방에 이어 홍익대 거리를 찾는 등 매일 파격 행보를 하고 있다. 한 측근 의원은 “박 후보의 동선을 보면 그의 메시지와 진정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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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