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우혜 소설가
日, 패전 67년 지나도록 사죄 안해
이것은 실로 눈 크게 뜨고 지켜볼 만한 매우 흥미로운 풍경이다. 세계인들이 다 알다시피, 일본은 지난 세기에 아시아의 여러 나라는 물론이고 미국까지 공격하는 해외 침략전쟁을 일으켜 많은 나라를 고통과 도탄에 빠뜨리면서 인류에 큰 죄를 지었다.
그 대가로 일본은 패전 이래 현재까지 전승국들의 주도에 의해 제정 공포된 ‘평화헌법’의 통제 아래 있다. 평화헌법은 전쟁 포기와 전력(戰力) 보유 금지를 명시하고 타국과 교전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일본의 침략성을 강력하게 억제하고 있다.
일본의 해외 침략과정에서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본 나라가 한국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아직까지 진정한 사죄를 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이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한 것이다.
아무튼 이 대통령의 발언은 그 형식에서 ‘일왕’을 일본의 국가 최고지도자로 인정했다. 그런데 오히려 일본 측의 반응이 정반대여서 놀랍고 흥미롭다. “지난 세기 ‘일왕(천황)’의 이름으로 수행된 해외 침략행위의 책임자로 ‘일왕(천황)’을 거론하면 안 된다”고 막아서는 것은 곧 “지난 세기 일본이 해외 침략에 몰두할 당시 최고통치자였던 ‘일왕(천황)’은 허수아비거나 꼭두각시였고, 침략행위를 추진한 주체는 따로 있었다”는 주장이 되기 때문이다.
해외 침략전쟁 시기는 물론이고 1945년 8월의 패전 때에도 ‘일왕’은 일본의 최고통치자였다. 그리고 지금도 일본의 명목상 최고통치자이다. 그런데 패전으로부터 불과 67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일본인들이 ‘일왕’의 과거 위상과 통치행위를 부정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금 한국의 이 대통령에 대해 ‘격노’하고 있는 노다 총리를 비롯한 일본 지도층의 행위는 겉으로는 ‘일왕’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것으로 보이는 듯하지만, 그 실질에 있어서는 엄청난 불경(不敬)에 해당한다. ‘일왕’의 존재를 ‘역사의 허수아비’로 만드는 방자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릇된 처신으로 세계인 존중 못받아
송우혜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