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 대출때 안알리고 파생상품 끼워… ‘제2 키코’ 우려
○ 중도 상환하는데 수수료 폭탄
오 씨는 지난해 10월 평소 자신의 음식점을 자주 찾던 이 은행 직원으로부터 “실적 좀 올리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대출을 받기로 했다. “금리가 오를 수 있으니 고정금리를 선택하라”는 이 직원의 권유를 따라 연리 5.7%로 대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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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그가 A은행에 중도상환을 요청하자 이 은행은 3297만 원을 내라고 했다. 오 씨가 가입한 것으로 돼 있는 IRS 상품을 해지하면 1860만 원의 손실이 발생하므로 이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오 씨는 “직원이 시키는 대로 대출서류에 도장을 찍었을 뿐 그 속에 파생상품 계약서가 있는 줄 몰랐다”며 “당시 파생상품 계약서는 주지도 않았고 중도 해지할 때 받아 처음 읽어봤다”고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오 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금감원에서도 “해당 금융회사에서 처리하는 게 적절하다”는 답변을 보냈을 뿐이다. 다만 은행은 그가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자 비용 800만 원가량을 깎아줬다.
A은행 측은 “금리가 올라갔다면 아무 불만이 없었겠지만 금리가 떨어지다 보니 고객의 불만이 생긴 것”이라며 “본점에서 오 씨에게 이 상품에 대해 설명을 들었는지를 전화로 확인한 녹취록이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오 씨는 “전화는 받았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들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I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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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은행권은 주로 금융회사 또는 대기업에 IRS 상품을 팔아왔다. 금리 인상이 예상될 때 IRS를 이용하면 보다 싼 고정금리로 자금을 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고객들도 금리 부담을 낮출 수 있어 서로 윈윈이 된다. 은행들로선 스와프 처리비용 등을 감안한 금리를 매겨 이윤을 남길 수 있고 금리 변동에 따른 손실 부담도 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상품을 중소기업이나 개인 고객들에게도 팔면서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중기나 개인들은 복잡한 파생상품의 구조를 잘 이해할 수 없는 데다 일선 창구에서 위험을 설명하지 않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은 2007년 초부터 2008년 말까지 개인 고객을 상대로 금리스와프 상품을 많이 팔아 8월 현재 223건, 150억 원의 계약을 보유하고 있다. 이 은행은 “키코 문제가 발생해 2009년부터는 이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은행들도 개인 고객들에게 IRS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오 씨 사례처럼 은행들이 손실 가능성을 고객들에게 제대로 알렸는지를 놓고 분쟁이 벌어질 개연성도 적지 않다. 금감원 관계자는 “IRS 계약이 포함된 대출을 판매해 민원이 제기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 같은 사례가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 금리스와프 ::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보자. 현재 대출금리가 연 10%이다. 대출자 A는 금리가 1년 뒤 연 15%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연히 A는 고정금리(10%)로 대출을 받기를 원할 것이다. 그런데 은행도 A처럼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면, 손해를 볼 것이 뻔하기 때문에 10%로는 고정금리 대출을 해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출금리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출자 B(그는 나중에 금리가 낮아지는 변동금리 대출을 선호)가 있다면 계약은 성사될 수 있다. 은행이 중간에서 B의 변동금리 대출계약과 A의 고정금리 대출계약을 맞바꾸는 것이다. 이 같은 형태의 금융거래를 금리스와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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