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노후대비” 자녀는 “취업문 좁아”… 함께 9급 학원 수강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되고 있다. 불안정한 노후, 취업난 등 장기 불황이 낳은 신풍경이다.
21일 인터파크 도서가 2011년 7월부터 1년간 ‘자격·수험서’ 분야 판매 동향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과 비교한 결과 10대와 20대의 구매 비율은 33.6%에서 44.4%로, 40대와 50대 이상은 20.6%에서 25.8%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연령층에서 가장 많이 택한 참고서는 단연 공무원 관련 수험서였다. 20대 여성, 50대 이상 남녀가 가장 많이 사 본 자격·수험서 1위가 모두 ‘9급 공무원’ 도서였다. 구매 순위 2, 3위도 일부 공무원 시험에 가산점이 부여되는 ‘컴퓨터활용능력’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관련 도서였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셈이다.
일찌감치 수험 준비를 시작하면서 10대와 20대가 수험서의 주요 구매층으로 급부상한 점도 눈에 띈다. 2008년 당시 30대 비율이 45.8%로 가장 높았으나 올 들어 20대가 41.3%로 30대(29.8%)를 크게 앞질렀다. 10대도 0.2%에서 3.1%로 늘었다.
40대와 50대 이상이 모두 증가한 데는 2009년 공무원 시험 응시 연령제한 폐지와 직장에서 짧아진 정년 등이 영향을 미쳤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직 9급 채용시험 최종 합격자 1422명 중 41세 이상 비율은 2.6%(37명)였다. 2009년 0.8%(19명), 2010년 0.9%(15명)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김문정 인터파크도서 팀장은 “이른 퇴직 등에 대비하기 위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재직 중에 시험을 준비하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40대 여성들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40대 여성의 수험서 시장 비율은 2008년 7.9%에서 올 들어 12.4%로 높아졌다.
연령 구분 없이 최근 1년간 수험서 분야별 베스트셀러를 2008년과 비교해도 공무원 관련 수험서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왔다. 교원임용고시와 공기업, 공무원 시험에 활용할 수 있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도서가 포함된 ‘인문·사회·법’ 분야는 6%에서 21%로 증가했다. ‘공무원 시험’ 관련 도서도 8%에서 16%로 늘었다. 반면 대기업 취업 준비에 필요한 직무능력검사 등 ‘진학·편입·취업’ 관련 도서는 14%에서 11%로 감소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