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금관오중주단 ‘루르 메탈스’ ★★★★
제17회 제주국제관악제에 참가한 스페인 금관오중주단 ‘루르 메탈스’. 제주국제관악제 제공
이동호 제주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가 말했다. 제주의 오름에 올라 크고 작은 분화구를 바라보노라면 하늘을 향해 소리를 뻗어내는 나팔이 떠오른다고. 섬에 가득 찬 바람의 울림 덕분일까. 제주에서는 1950년대부터 관악 활동이 활발했다. 1995년엔 토박이 관악인들의 주도로 제주국제관악제가 문을 열었다.
이제 8월이면 제주에는 금빛 물결이 넘실거린다. 올해 17회를 맞는 제주국제관악제가 10∼18일 제주 전역에서 펼쳐졌다. 8개국 1200여 명의 연주자가 참여해 제주문예회관, 제주해변공연장, 서귀포 천지연폭포 야외공연장, 절물자연휴양림, 김영갑갤러리 등에서 연주했다.
16일 오후 8시 스페인 금관오중주단 ‘루르 메탈스’가 제주문예회관 무대에 섰다. 튜바, 트롬본, 제1트럼펫, 제2트럼펫, 호른 연주자가 한 명씩 연주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스페인 바로크 음악의 중추인 작곡가 후안 카바니예스의 ‘황제 바탈라’로 시작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 아리아의 우아하면서 선명한 선율이 공연장을 물들였다.
이날 오전 11시에는 제주문예회관, 오후 2시에는 선흘분교, 오후 6시에는 대흘초교와 이도초교에서 독일 루트비히 청소년관악단과 한국의 아트솔져 마칭밴드, 일신여고 관악단, 대만 둔화중 마칭밴드의 공연이 펼쳐졌다. 17일 오전 11시 제주문예회관에서 열린 헝가리 프로아트 앙상블의 바로크 관악기 연주도 관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페스티벌의 콘텐츠는 국제관악제라는 명칭에 걸맞게 알찼지만 객석의 빈자리가 제법 눈에 띄었다. 자비로 경비를 충당하며 해마다 관악제에 참가하는 해외 유명 단체들이 무색하게도 국내의 관심이 크지 않은 듯해 안타까웠다. 대부분 낯선 레퍼토리인데도 곡 해설이 들어 있지 않은 프로그램북과 통제 없이 어수선한 객석 분위기도 아쉬움을 남겼다.
제주=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