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런던 올림픽을 통해 글로벌 슈퍼스타임을 입증한 김연경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인근 청계천을 배경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올림픽이 정말 큰 대회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그전까지는 열성 배구 팬들만 저를 알아보셨어요. 해외에서 뛰다 보니 경기 중계도 안 되잖아요. 이제는 달라요. 정말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시네요.”
한국 여자 배구는 36년 만에 4강에 진출했다. 김연경이 있어 가능했다. 초반부터 득점 선두를 질주한 그는 이 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국제배구연맹(FIVB)이 선정한 대회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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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게 여전히 아쉽다고 했다. 하필 상대가 일본이라 더 그랬다. 한국은 5월 도쿄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일본을 3-1로 눌렀다.
“메달을 꼭 딸 거라고 기대했기에 더 아쉽죠. 심판 판정을 비롯해 유독 그날따라 흐름이 많이 끊겼어요. 반면 일본은 5월에 만났을 때와는 달랐어요. 전체 수비도 좋았고 한국전에 강한 사코타 사오리도 평소보다 잘했고…. 우리가 일본보다 더 간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후회가 많이 남습니다.”
성격이 시원시원한 그는 평소 잘 울지 않는다. 미국과의 준결승에서 졌을 때도 “나중에 메달 따고 울겠습니다”라고 말해 분위기를 밝게 할 정도였다. 일본전에서는 달랐다. “동료들은 많이 울었지만 아쉽긴 해도 눈물은 안 났어요. 그런데 라커룸으로 돌아와 휴대전화에 들어와 있는 응원 메시지를 본 순간 울컥하더라고요.”
분위기를 바꾸려 질문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남자친구가 있느냐는 물음에 곧장 “없다”고 대답했다. 이상형을 묻자 기다렸다는 듯 말문이 터졌다. “탤런트 조인성 씨요. 만나서 꼭 밥 한번 먹고 싶습니다. 처음 이런 질문 받을 때부터 조인성 씨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중간에 잠깐 (아이돌그룹 2PM의) 닉쿤 씨로 바꾼 적이 있어요. 그러자 주위에서 ‘그러면 조인성 씨가 너 안 만나줄걸’ 그러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계속 이러면 언젠가는 조인성 씨와 밥 한번 먹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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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계약 문제를 놓고 원 소속팀 흥국생명과 갈등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터키 페네르바흐체와 계약을 했어요. 러시아 클럽에서 더 좋은 조건을 내걸었지만 뛰던 팀이 더 나을 것 같아서요. 터키 리그에서 우승하고 최우수선수가 되는 게 이번 시즌 목표인 만큼 계약 관련 문제가 잘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흥국생명은 제가 꼭 돌아올 팀이니까요.”
다시 올림픽으로 화제를 바꿨다. 이번에 아쉬웠던 부분을 4년 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털어내고 싶지 않으냐고 물었다. “2016년요? 너무 한참 뒤라 뭐라고 말씀드릴 게 없네요. 시간이 지나면 큰 목표로 다가오겠죠. 이번에 느낀 건데 한국 여자 배구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세계 흐름을 잘 읽고 따라간다면 저 못지않은 선수들이 나올 겁니다. 저만 해도 터키에서 뛰지 않았다면 올림픽에서 MVP가 되지는 못했을 거예요.”
‘월드 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아직 그의 나이 스물넷.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고 자평하는 그가 있는 한 4년 뒤 한국은 40년 만의 올림픽 메달 꿈을 다시 꿀 수 있을 것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