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硏 1011명 설문… “난 중산층” 응답 46% 그쳐, 외환위기 때보다 불안감 커
실제론 중산층에 속하면서도 스스로를 저소득층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인식은 1998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씀씀이를 줄여 내수경기 침체를 지속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25일부터 8일간 전국 성인 남녀 1011명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실제 중산층의 비율은 64.0%에 달했지만 스스로 자신을 중산층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전체의 46.4%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19일 밝혔다.
조사 대상자의 절반(50.1%)은 자신을 저소득층으로 여겼다. 실제 저소득층이 15.2%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보다 2배 이상 많은 사람이 스스로를 저소득층으로 판단한다는 의미다. 중산층은 전체 가구의 중위 소득(가운데 값)을 기준으로 소득수준이 50∼150%에 해당하는 계층이다. 150% 이상은 고소득층, 50% 미만은 저소득층으로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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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소득계층이 상승 이동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어려울 것’이라는 응답이 98.1%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이유로는 양극화 진행(36.3%), 체감경기 부진(21.5%), 좋은 일자리 부족(12.1%), 과도한 부채(11.4%)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이 영향으로 주머니를 닫는 내핍생활이 1998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경제위기에 따른 생활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 대한 1998년과 2012년의 답변을 비교해보니 집 크기를 줄이거나 싼 집으로 이사하겠다는 응답이 1998년 때보다 16.4%포인트 늘어났다. 대중교통 이용을 늘렸다거나 귀농을 고려한다는 답변도 늘어났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경제상황이 객관적으론 외환위기 때보다 낫지만 사람들이 체감하는 위기감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중산층을 늘리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중산층 주관적 귀속의식 및 복지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중산층 가운데 32.0%가 자신을 저소득층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의 82.1%도 자신을 중산층으로 느끼고 있었으나 저소득층의 29.1%는 중산층에 속한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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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