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진출 한국기업 명암
중국 산둥 성 진출 1호 한국 기업인 한국토프톤의 여성 근로자들이 한국과 중국의 가전 업체에 납품할 스피커를 만들고 있다. 칭다오=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산둥 성 진출 제1호 한국 기업인 한국토프톤(중국 법인명 칭다오토프톤전기유한공사)은 중국의 발전과 함께 성장한 대표적인 업체다. 스피커를 만드는 이 회사가 1989년 칭다오(靑島)에 공장을 짓겠다고 했을 때 한국 정부는 “왜 그런 곳에 가느냐”는 반응이었다. 당시 중국은 수교도 맺지 않은 나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국 젊은이들이 더럽고(Dirty) 힘들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일을 ‘3D’라고 부르며 기피하기 시작한 때가 그쯤이었다.
그로부터 23년이 흐른 지금 한국토프톤의 칭다오 법인은 자본금 45만 달러에서 380만 달러 규모의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출액은 1990년 300만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10배인 3000만 달러로 뛰었다. 임영철 법인장은 “사업 초기에는 전체 물량의 대부분을 일본과 한국으로 보냈지만 지금은 중국 최대 가전기업인 하이얼에도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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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업들은 중국에 안착해 성공한 사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20년 전만 해도 1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면 시장이 직접 저녁을 사고 환대를 할 정도로 중국은 외자에 목말라했다. 하지만 지금은 칭다오 내 일반용지에 공장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주로 첨단산업만 받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토지 사용 기간을 둘러싼 분쟁도 잇따르고 있다. ‘스타 농구공’을 만드는 칭다오의 신신체육용품유한공사(신신상사의 중국 법인)는 땅주인인 촌민위원회가 50년으로 돼 있는 기존 토지 사용 계약을 무시하고 새 계약을 맺자고 해 갈등을 빚다 임차료를 올려주며 항복했다. 이 같은 상황 변화로 2005년 말 1만여 개이던 산둥 성의 한국 기업은 작년 말 5500여 개로 줄었다. 칭다오 총영사관의 이승대 영사는 “한국인들이 대우받고 살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그저 경쟁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칭다오=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