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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순덕]안철수 킹메이커論

입력 | 2012-08-16 03:00:00


김순덕 논설위원

“미래의 ‘킹’은 문재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통합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선거캠프가 14일 ‘문재인 후보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와 인터뷰’라는 보도자료에 올린 제목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인들이 여론조사에서 안철수의 지지율이 높은 것에 현혹된 나머지 문재인의 존재를 잊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올 12월에 벌어질 한국의 대선은 박근혜 대 문재인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내다봤다’고 보도했다는 거다.

▷문재인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불쏘시개’로 활용하는 것일 터다. 작년 서울시장 선거 때 안철수가 박원순 후보의 손을 들어줬던 것처럼 말이다. 여기에 너무 집착한 탓일까. 문재인 측은 이코노미스트 기사 번역본을 내놓으면서 ‘마사지’를 좀 했다. 대니얼 튜더 기자가 안철수를 언급한 대목에서다. 14일 오후에 낸 보도자료에선 “현재와 같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정치경험 부족으로 인해 그(안철수)가 궁극적으로 실제 대선에서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번역했다. 그러나 15일 홈페이지 보도자료는 “정치경험 부족으로 인해 그가 궁극적으로 실제 대선에서 이기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로 달라졌다.

▷문제는 ‘might’라는 조동사에 있다. 불확실한 추측을 할 때 쓰는 단어로 보통 ‘…할지도 모른다’로 번역한다. ‘…할 수도 있다’는 ‘may’보다 더 자신 없을 때 쓰는 말이다. 맨 처음 “안철수가 대선에서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한 건 정확한 번역이 아니다. 또 원문에선 “어떤 사람들은 안철수가 대선에서도 같은 역할(킹메이커)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돼 있는데 문재인 측은 “안철수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고 강력한 희망을 담아 옮겼다.

▷문재인 캠프의 노영민 선거대책본부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철수와 문재인은 닮은 점이 많고 상호보완적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각별한 애정을 보이는 이유가 결국 ‘안철수 킹메이커 만들기’에 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 번역을 통해 드러난 셈이다. 문재인이야 킹이 되면 좋겠지만 안철수는 킹메이커가 아닌 ‘방화범’이 될까봐 걱정이다. 나올 듯 나올 듯 국민 가슴에 불을 질러놓고 불쏘시개로 사라진다면 말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