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덕궁까지 출몰 왜?
10km는 족히 걸었나 보다. 멀리 국민대가 내려다보이는 성북구 정릉동 뒷산을 지나 삼청터널 위쪽 숲길을 건넜다. 어, 숲이 끊어졌네. 하지만 2차로 도로에다 인적도 없다. 창덕궁 서쪽 민가도 조용하다. 창덕궁 서북쭉 배수로를 지나니 후원이다. 여기가 임금의 뒤뜰이라지. 나무 이곳저곳에다 내 영역이라는 표시를 해뒀다.
아뿔싸, 9일 아침 내 존재를 눈치챈 순찰요원이 폐쇄회로(CC)TV에서 오전 5시 반 창덕궁 서북문을 지나가는 내 모습을 기어이 확인했단다. 오전 9시 반 경찰과 소방당국이 긴급 출동했다. 낮 12시부턴 엽사와 사냥개 8마리가 보였다. 오후 2시 10분경 놈들에게 들켰다. 맹렬히 뒤쫓아 온다. 10분 만에 신선원전 뒤편에서 잡혀버렸다. 저항했지만 훈련받은 이 녀석들은 당해내기 힘들다. 목덜미가 뜨겁고 눈이 흐려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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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까지 내려오는 멧돼지는 주로 1∼2년생의 어린 개체로, 힘에서 밀리는 데다 먹이가 부족한 탓으로 보인다. 환경부 자연자원과 관계자는 “현재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멧돼지 서식 정밀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도심에서는 총기 대신 다른 도구로 포획하는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