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개 항목 철저히 점검
나로과학위성의 실제 모습.
2010년 6월 나로호(KSLV-I)는 이륙 137.19초 만에 두 번째 꿈을 접었다. 나로우주센터의 기다림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한국과 러시아가 2차 발사 실패 원인을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나로우주센터는 자신을 재정비했다. 센터로 진입하는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도 매끈한 아스팔트로 바꿨다. 발사 시설도 녹슬지 않게 온도와 습도를 꼼꼼히 맞추며 컨디션을 유지했다.
광고 로드중
지난달 25일 나로호의 마지막 비상(飛上)을 준비하는 나로우주센터를 찾았다.
○ 138개 항목 점검하며 준비 착착
이철형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 체계관리팀장은 “5월부터 발사대 성능시험을 시작했다”며 “9월 초까지 138개 항목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발사대 아래에는 대기압의 400배를 견디는 초고압 배관이 문어발 모양으로 1.5km 깔려 있다. 나로호 엔진의 밸브를 조절하는 절대 0도(영하 273도)에 가까운 액체헬륨과 나로호의 산화제로 쓰는 영하 183도의 액체산소도 이 관을 통해 공급된다. 발사대 성능시험에서는 추진제 공급설비를 포함해 나로호를 수직으로 세워주는 기립장치(이렉터), 발사관제 설비 등 모든 항목을 점검한다.
광고 로드중
요즘 같은 불볕더위에는 발사대 장비를 정상으로 유지하는 일도 만만찮다. 실제로 한낮 발사대 주변은 40도를 웃돈다. 이 팀장은 “장비가 상하지 않게 액체질소를 채워놓는데, 온도가 높아 빨리 증발해 버린다”면서 “하루에 액체질소 비용만 40만∼50만 원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 8월 말 러시아서 1단 들어와
현재 러시아 흐루니체프사가 제작하는 나로호 1단을 제외하고 나로호의 나머지 부분은 모두 우주센터에 도착했다. 1차 발사 실패 원인이었던 페어링(위성 보호덮개)은 경남 사천시 두원중공업에서 최종 시험을 마치고 우주센터 조립동에서 최종 점검하고 있다.
2단의 킥모터는 비행종단시스템(FTS·Flight Termination System)용 화약이 제거된 채 우주센터에 도착했다. 비행종단시스템은 궤도를 벗어나는 등 비상시 화약을 터뜨려 나로호를 폭파하는 역할을 하는데, 2차 발사 실패 이후 한-러 양측의 합의에 따라 3차 발사에서는 제거하기로 했다.
광고 로드중
○ ‘나로과학위성’은 국내 첫 시험 위성
나로호에 실릴 ‘나로과학위성’은 8월 말∼9월 초 우주센터로 이동할 예정이다. 나로과학위성은 지난달 31일 ‘우주센터로 가도 좋다’는 최종 허가를 받았다. 나로과학위성은 100kg급 소형 위성이다. 1, 2차 발사에서는 지구 원격 탐사 등 정교한 과학 임무를 수행할 100kg급 ‘과학기술위성 2호’를 썼다. 하지만 이번 발사에서는 시간과 예산의 제약 때문에 ‘시험 위성(test satellite)’으로 바꿨다. 나로과학위성에 국산 장비와 부품을 달아 우주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하겠다는 것이다. 태양 활동을 측정하는 랑뮈어 탐침, 위성 간 편대비행에 쓰이는 펨토초 레이저 발진기, 반작용 휠, 적외선 카메라 등은 모두 국내 대학이나 기업에서 개발했다. 강경인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위성연구실장은 “일본은 ‘ETS’라는 시험 위성을 발사한다”면서 “나로과학위성은 한국의 첫 시험 위성이라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고흥=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