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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폭염’ 닭-오리 41만마리 떼죽음… 서울 10일경 녹조주의보

입력 | 2012-08-08 03:00:00


“40년 동안 닭을 길렀지만 토종닭이 이렇게 힘없이 죽어 나간 것은 처음입니다.”

7일 오후 전북 정읍시 옹동면 칠석리의 한 토종닭 농장. 주인 박금식 씨(64)는 보름 사이에 절반이 텅 비어버린 계사(鷄舍)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5월 박 씨는 토종닭 2만7000마리를 들여왔다. 연중 최고 성수기인 중복(7월 28일)을 전후해 출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폭염이 시작되면서 7월 22일 320마리가 죽더니 많은 날은 1000마리 넘게 폐사해 땅에 묻었다. 지금까지 이번 폭염으로 죽은 닭은 약 1만2000마리. 어림잡아 8000만 원 이상 손해를 봤다.

○ 가축도 농민도 괴로워

박 씨의 농장이 있는 정읍은 7월 21일부터 이달 6일까지 낮 기온이 계속 33도를 넘었고 최고기온은 37.8도까지 치솟았다. 박 씨는 계사마다 공기순환장치 8대를 설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하수를 끌어올려 찬 바람을 내는 ‘쿨링패드’를 설치하면 조금 낫지만 대당 1000만 원이 들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폐사를 막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전해질과 함께 수입 약품까지 사료에 섞어 먹이지만 워낙 무더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전북도 축산 관계자는 “계사 위에 차광막이나 단열재를 설치하고 한낮을 피해 조금 선선한 오전이나 오후에 사료를 조금씩 자주 줘야 한다”며 “최근 전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갑자기 환풍기가 작동을 멈추면 닭들이 집단 폐사하기 때문에 수시로 환풍기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폭염으로 6일까지 전국에서 닭 40만1272마리, 오리 1만7200마리, 돼지 113마리 등 총 41만8585마리의 축산물이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산물 중에는 바지락 양식장 20ha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이나 이상수온으로 농어업에 피해가 생기면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라 재해로 인정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피해금액을 지원한다. 이에 따라 피해액이 3억 원 이상인 농축어민의 피해금액은 정부가 지원하고, 3억 원 미만인 농축어민은 각 지자체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 한강 본류까지 녹조 확산

한강 상류인 팔당댐까지 녹조현상이 확산되면서 이르면 10일 서울지역 한강 본류에도 조류주의보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한강 수계에 주의보가 발령되면 2008년 7월 이후 5년 만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4일 현재 팔당 취수원의 지오스민 농도는 430ppt(1ppt는 1조분의 1)로 전날 590ppt보다 약간 낮아졌다. 여전히 환경부 권고기준인 20ppt의 20배가 넘는 수치다. 이번 녹조현상의 원인은 남조류의 일종인 ‘아나베나’다. 번식하면서 지오스민이라는 물질을 내뿜어 물에서 흙탕물 냄새를 유발할 수 있다. 지오스민은 냄새를 제외하면 인체에 해가 없다. 3분 이상 끓이면 이 냄새도 사라진다. 아나베나는 드물게 간질환을 유발하는 물질도 내뿜을 수 있지만 조류 발생 뒤 매주 1회 실시하는 수질검사에서는 아직까지 한 번도 검출되지 않았다.

박재광 미국 위스콘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현재 수준의 조류에서 발생하는 냄새물질이나 독성물질은 정수처리 과정을 거치면서 충분히 제거되기 때문에 수돗물을 마셔도 인체에는 해가 없다”며 “그동안 세계적으로 조류가 발생한 물을 정수해 마신 뒤 질병에 걸리거나 사망한 사례도 보고된 적이 없다. 조류로 인한 피해는 대부분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이론상의 피해”라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녹조현상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기후변화로 장기간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이 지속되어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국민의 걱정이 많으니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잘 관리하고 적극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말했다.

정읍=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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