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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기업이 ‘선거의 희생양’ 되면 국민 편해질까

입력 | 2012-08-07 03:00:00


민주통합당은 어제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이번 국회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민주화’ ‘1% 고소득자와 슈퍼 대기업 증세(增稅)’ ‘재벌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과세 강화’ 같은 정치적 수사가 화려하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도 이날 대기업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기존 출자분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경제민주화 3호 법안’을 발의했다.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한다는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의 대선 공약이나 노무현 정부 때 발의됐다가 무산된 관련 법안보다 훨씬 강력한 규제를 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주식회사 제도를 부정해 경제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은 “재계의 우려는 할리우드 액션”이라고 일축했다. 순환출자 기업은 일본 독일 프랑스 인도에도 있다. 외환위기 이후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처럼 기업 구조조정이나 총수 일가 지분 감축 같은 정부 규제의 역사적 산물인 측면이 있다. 기업들이 순환출자 해소에 수조 원을 쏟아 붓자면 신규 투자나 일자리 확충은 뒷전으로 밀린다. 자본 여력이 부족한 대기업은 외국 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세제개편안에서 대기업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고,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 소속 회사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과 같은 감면제도를 줄여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세율을 높이면 산술적으로는 세수가 증대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투자가 위축돼 세수가 감소하기 쉽다. 불황으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업 투자 의욕을 꺾고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마저 있다.

이용섭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달 초 “한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여야정 경제협의체를 가동하고 영수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 극복의 한 주체인 대기업의 손발을 묶고 위기를 어떻게 극복한다는 것인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역사적 진화 과정은 인간 본능과 돈의 생리에 충실한 제도가 성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이 세금을 깎아 기업 투자 유치에 나서는 것이 대표적이다. 경제 주체의 투자 의욕을 높여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 경제민주화 선명성 경쟁보다 중요하다. 대기업 증세와 강력한 규제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대기업을 선거의 희생양으로 삼으면 국민경제가 피폐해지면서 국민이 피해자가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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