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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려 한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그의 아버님은 지독한 보수주의이다. 그런데 우리 엄마 아빠는 모두 남자다. 엄마, 딱 하루만 내 엄마가 아니면 안 될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배은망덕하지만 착한 엄마는 아들의 맘을 이해하고 눈물을 감춘 채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심한다. 뮤지컬 '라카지'의 내용이다.
뮤지컬 ‘라카지’는 프랑스 남부 상트로페즈의 전설적인 게이클럽 라카지 오 폴(La Cage Aux Folles : 새장 속 광인)을 운영하는 게이부부 ‘조지’와 ‘앨빈’의 아들 ‘장미쉘’이 여자친구 안나와 결혼을 하기를 결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세상이 만든 새장 속에서 편견을 받으며 살아가는 동성애자들의 사랑, 서러움 등이 잘 표현돼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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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내가 주인공인 줄 알았다. 과욕이지 과욕. 하하하”
- ‘라카지’가 막을 올린 지 절반 정도 됐다. 요즘 기분은 어떤가.
“더 잘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처음엔 2~3주만 지나면 잠결에 누가 시켜도 일어나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도 대사와 동선을 한 번 더 머리에 넣어야 한다. 여전히 무대에 오를 때면 긴장된다. 아직 ‘연기’라는 부분에 있어서 완전히 스며들지 못했다는 걸 실감한다. 지금은 일정 수준의 연기는 할 수 있지만 보통과 잘함, 그 차이가 존재한다. 그 차이를 메꾸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 가수로서 노래할 때의 무대와, 뮤지컬에서의 무대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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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로만 활동하던 창민이 뮤지컬인 ‘라카지’에 캐스팅 됐는데.
“KBS ‘열린음악회’에 조승우 씨, 한지상 씨, 옴므(Homme)가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한 적이 있다. 뮤지컬 연출가인 이지나 씨가 조승우 씨의 무대를 보려고 TV를 시청하다 나를 보게 됐다. ‘창민이 이 친구 괜찮네~’ 라고 생각하고 뮤지컬 ‘광화문 연가’ 때 나를 부르셨다. 출연하고 싶었지만 2AM 활동시기와 맞물려 참여하지 못했고 다시 기회가 찾아와 뮤지컬에 데뷔하게 됐다.”
- 그럼 창민은 ‘라카지’에 어떤 매력을 느꼈나.
“사실 처음엔 내가 ‘앨빈’역을 맡을 줄 알았는데 완전 욕심이었다. 과욕이다. 과욕. (웃음) 아마도 몇 년이 지나고 내 필모그래피가 좀 쌓이면 ‘앨빈’역을 꼭 해보고 싶다. 이번에 ‘라카지’가 한국에서 초연되는 거라 끌렸다. 물론 소재가 재밌지만 누군가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는 데 가장 큰 매력을 느꼈다.”
▶ “뮤지컬, 첫 연습 때부터 패닉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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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AM도 연기 연습을 한다. 그런데 그건 노래를 부를 때 감정을 잡기 편하게 하기 위해 배우는 거다. 정통 연기와는 조금 다르다. 처음엔 뮤지컬 연습에 들어가기 전 회사에서 연기 수업을 듣고 가려고 했다. 하지만 연출자와 감독님께서 원하는 방향이 있을 것이고 그 분들에게 처음부터 배우는 게 낫다고 판단해 그냥 부딪혔다. 첫 날 연습을 다하고 완전 혼란스러웠다. 연기를 해본 적도 없는데 대사까지 외워야 하니까 패닉 상태에 빠지더라. 게다가 2AM은 댄스그룹이 아니니어서 춤에 익숙하지 않다. 춤 동작도 힘들었다. 당연하겠지만 처음에는 서 있는 것조차 제대로 못 서 있는다고 혼도 많이 났다.”
- 명색이 2AM인데 좀 억울하기도 했겠다.
“하하하. 사실 첫 연습이 끝나고 좀 억울했다. 잘 못하니까 속상하기도 하고…그리고 처음에 선배님들이 내가 살갑게 인사를 하면 좀 어색해하셔서 거리감도 느껴졌다. 절대 텃세 같은 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만날 TV에서 보던 애를 실제로 보니 신기하시기도 하셨을 것 같다. 나 역시 놀랍기도 하고 신기했으니까… 근데 막상 인사를 안 받아주니 ‘멘붕’이 왔다. 당황했지만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하자는 생각에 1막 대사를 다 외워버렸다. 그랬더니 연출가님이 ‘외우라고 그걸 또 다 외워왔니?’라며 ‘그래 같이 잘 해보자’고 하셨다. 그 이후에 정성화 선배님과 남경주 선배님 등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고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조지’와 ‘앨빈’의 아들로 살아가는 기분은 어떤가.
“선배님들이 정말 잘해주신다. 정성화 선배님은 연습할 때 내 연기와 노래를 보고 한 마디씩 해준다. 도움이 많이 된다. 또 비타민, 홍삼 등 먹을 것도 잘 챙겨주신다. 남경주 선배님은 실전에 필요한 조언을 잘해주신다. 본 공연을 할 때, 무대 뒤에서 3분 남짓 남은 시간에도 고쳐야 할 것들을 말씀해주신다. 칭찬도 잘해주신다. 고영빈 선배님과 김다현 선배님은 나의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알고 계신다. 정말 좋은 선배님들이다.”
-두 ‘조지’와 ‘앨빈’의 차이가 있다면.
“일단 두 ‘앨빈’은 외모 차이가 많이 난다. (웃음) 정성화 선배님은 진짜 엄마같다. 현실에 있을 법한 엄마. 김다현 선배님은 착한 계모 같은 기분? 남경주 선배님과 고영빈 선배님은 진짜 아버지 같은 기분이 든다.”
- ‘라카지’는 게이부부의 이야기다. 아직 우리나라는 ‘동성애’에 대해 덜 개방적인 것 같다.
“확실히 민감한 주제이긴 하다. 그래서 이야기하는 게 조심스러워지는 게 맞고…개인의 취향인 것 같다. 호불호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물건도 다르고 취향이 있는데…좋게 받아들이고 나쁘게 받아들이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 실제로 ‘장미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도 ‘장미쉘’처럼 똑같이 했을 것 같다. 오늘 하루만 엄마 ‘앨빈’이 자리를 비켜주면 평생 넷이서 행복하게 살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 엄마가 너무하다고 생각했을 거다. 사실 저번주에 엄마가 공연을 보러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니는 어찌 내한테 하는 거랑 똑같노’라고 하셨다. (웃음)”
▶ “아이돌이 못하면 모든 아이돌이 욕먹는 세상…그냥 개인으로 평가해줬으면”
- 뮤지컬 계에서 아이돌 캐스팅이 늘어나고 있다.
“예민한 질문이다. 보통 이런 질문은 피하는데…굳이 아이돌을 분류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20대 댄스그룹을 아이돌이라 하는 건지 정말 재능이 많은 아이들을 아이돌이라 하는 건지. 한국에서는 ‘아이돌’이라는 수식어에 많은 것을 담는 것 같다. 그 친구가 뮤지컬이나 연기 혹은 작곡을 하는 것은 그 친구의 재능이나 도전의식인데 그것을 아이돌이라는 카테고리에 굳이 묶어야 할까. 반대로 말하자면, 그 친구가 뮤지컬에서 못한 건 그 사람의 잘못이지 아이돌 전체의 잘못은 아니라는 거다. 나 역시 내가 못하면 ‘창민이 잘 못하더라’는 말을 듣는 게 낫지 ‘아이돌이 그렇지’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 뮤지컬에선 성공적인 데뷔를 치른 것 같다. 다른 분야에도 도전하고 싶은지.
“내가 뮤지컬을 선택한 이유는 음악적으로 발전하고 싶어서였다. 새로운 음악을 공부하고 싶었고 이젠 연기의 매력을 느끼게 됐다. 아직 뮤지컬도 다 못 배웠기 때문에 좀 더 배우고 싶다. 아직까지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건 시기상조인 것 같다. 때가 된다면 도전하고 싶다.”
- 뮤지컬 ‘라카지’를 찾아주시는 관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기본적으로 제일 무서운 게 선입견이다. 뮤지컬에 대한 후기는 읽지말고 그냥 직접 보러 왔으면 좋겠다. 색안경, 편견 등 다 버리고 그냥 극에 빠져 즐겼으면 좋겠다. 또한 일반 가정과 다른 가정일지 모르지만 진한 가족애도 느꼈으면 한다.”
사진제공ㅣ악어컴퍼니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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