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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미사일 사거리-미군 개편 협상 올스톱

입력 | 2012-08-03 03:00:00

美 “한국대선 쟁점화는 안돼”
군사현안 논의 잠정중단-연기, 차기 정부와 결론내기 원해




미국 정부가 올해 12월 한국의 대통령선거가 끝날 때까지 한미 양국 간 주요 군사 현안에 대한 협상을 잠정 중단하거나 합의 발표 시기를 대선 이후로 늦추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미 간 민감한 군사 현안들이 대선에서 정치 쟁점화될 경우 반미감정을 비롯해 한미 관계에 초래될 파장을 우려한 조치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 개편이나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등 양국 간 협상이 대선이 끝날 때까지 사실상 ‘올 스톱’되면서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일 군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한미 군 당국은 주한 미2사단 개편 문제를 둘러싼 협상을 사실상 중단했다.

양측은 지난달까지 미2사단을 한미연합사령부와 같은 한미 연합부대로 만들어 한강 이북 지역에 그대로 주둔시키는 방안을 놓고 심도 깊게 협의해 왔다. 기존 한미 간 합의에 따르면 경기 의정부와 동두천에 주둔하고 있는 미2사단은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으로 넘어오면 경기 평택기지로 이전하게 돼 있다.

한미 군 당국은 미2사단의 연합부대화 방안이 2015년 12월 전작권의 한국군 전환 이후 초래될 수 있는 전력 공백 우려를 불식하고 강력한 대북 억제 태세를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적극 공감하고 관련 협의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협상을 진행하지 않아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 군 고위 당국자는 “미국 정부가 한국의 대선을 불과 4개월여 남겨둔 시점에서 더이상 협상을 진행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조만간 한국에서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재편 문제가 정치적 이슈나 국가적 찬반 논쟁으로 비화될 경우 초래될 반미감정 등 후폭풍 가능성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미2사단 재편을 비롯한 주한미군 관련 협상은 현 정부에서 더이상 진척시키기 힘든 상황”이라며 “최근 주한미군 관계자로부터 ‘한국의 차기 정부와 협상 재개를 원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 “美 정부, 협상 더이상 진행 말라 지침 내려” ▼

아울러 미국은 그동안 한국과 벌여온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협상의 합의도 대선 이후로 늦추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고위 소식통은 “미국은 최근 한국의 일부 정치권과 전문가들이 미사일 사거리 연장 문제를 ‘핵 주권’과 연계해 정치 이슈화하려는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갈수록 고조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의 미사일 사거리를 300km로 제한하고 평화적 목적의 핵개발까지 금지시킨 미국의 족쇄를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올해 대선 국면에서 확산되는 상황을 미국 정부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군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일부 대선주자들이 한국의 핵과 미사일 개발 능력을 제한하는 미국의 간섭을 국익이나 주권 침해로 간주하고 정치 쟁점화할 가능성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선 이전에 미사일 사거리 연장 합의를 하는 것은 한미 관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까지 진행된 협상에서 미사일 사거리를 현행 300km에서 800km로 늘리는 선에서 최종안을 제시했다. 이에 한국은 사거리를 최대 1000km까지 늘리고 탄두중량도 현 500kg에서 1t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별다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채널A 영상] 군 고위관계자 “미국, 군사현안이 쟁점 되는 것 우려해”

▶본보 7월 10일자 A1면… 한국 미사일 사거리 ‘800km로 연장’ 절충

미국으로선 한국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중국을 자극할 수 있고, 동북아 지역의 탄도미사일 비확산 체제에 균열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한국의 대선이 끝난 뒤 미사일 사거리 합의를 공식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2001년 미국과 합의한 미사일지침에 따라 한국군은 탄두중량 500kg, 사거리 300km를 초과하는 탄도미사일은 보유할 수 없다. 이 지침은 한국이 미사일의 수출과 기술 이전을 제한하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가입하기 위해 MTCR를 주도하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기존 180km의 최대 사거리를 300km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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