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스쿠스 끌려갈라… 낯선 사람 보면 겁나요”
이블리아스·베이루트(레바논)=이종훈 특파원
지한 씨는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정부군과 반군의 첫 대규모 교전이 벌어진 다음 날인 16일 남편과 함께 자녀 4명을 이끌고 탈출했다. 꼬박 하루를 걸은 뒤 간신히 버스에 매달려 국경을 넘었다. 기자를 안내한 현지인은 “지한 씨의 친척 대부분이 정부군에 체포돼 죽거나 실종됐다”며 “피란 뒤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지내다 카메라를 든 동양인 기자를 보니 신분이 노출될까 봐 갑자기 공포심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 1개(9m²)와 다용도 공간에는 매트리스와 주방용품 몇 개가 전부였다.
레바논의 국경도시 이블리아스 야산에 세워진 천막. 쓰레기장에서 주워 온 천과 비닐로 얼기설기 만든 천막에는 루마나와 가족 등 10명이 함께 기거하고 있다. 이블리아스=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이블리아스의 근교 도시 알마르지에 있는 알마르지중학교에는 난민 18가구(어린이 28명등 68명)가 교실 5곳서 기거하고 있다. 이들도 다마스쿠스 폭탄 테러 뒤 정부군의 보복이 두려워 일제히 고향을 등졌다. 그러나 9월 학교가 개학하면 쫓겨나야 할 신세다. 대피소 책임자 자드라하 씨는 “임신한 여성만 3명, 어린이가 28명이나 되는데 냉장고는 1개, 화장실은 2개뿐”이라며 구호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시리아 제2 도시 알레포는 정부군의 대공세로 도시 전체가 파괴돼 생지옥으로 변했다고 외신들이 31일 전했다. 이런 가운데 2일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순회의장국을 맡는 프랑스 정부는 시리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동맹국인 러시아마저 시리아의 위험 등급을 ‘혼란’에서 ‘비상’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자국민 대피 준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시리아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군사적 충돌 상황’에 놓인 국가로 변경했다고 리아노보스티통신은 31일 보도했다.
■ 알마르지市 샤무리 시장 “무연고 난민 늘어 市 구호 한계”
그는 “이곳으로 온 난민 상당수는 친인척이나 친구 집에 얹혀살고 있다”면서 “연고가 없는 난민이 최근 늘어나면서 시 재정 능력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특히 알마르지로 온 난민은 아무것도 없이 몸만 빠져나온 사람이 태반이라고 한다.
이블리아스·베이루트(레바논)=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