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문전 심전도-혈압검사 번갈아 전기고문-얼굴강타, 귀국 이튿날 외교부에 알려”
김 씨가 직접 구체적인 고문 정황을 밝히면서 이 문제가 한중 간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 씨는 이날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을 만나서도 중국 당국의 고문과 가혹행위에 대해서 상세하게 진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아직 대응 방침을 정하지는 못했다”며 “인권침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 공식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기고문을 하기 전에 심전도와 혈압 검사를 했으며 구타를 할 때도 주먹이 아닌 손바닥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이처럼 철저한 사전준비를 한 것은 전기고문 도중에 쇼크사할 가능성을 체크하고 구타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 “전기고문-구타한 中조사관 얼굴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
4월 10일부터 중국 당국은 7일 연속 잠을 재우지 않았고 15일부터 본격적인 물리적 압박을 시작했다. 조사에 앞서 복면을 씌우고 심전도검사와 혈압검사로 건강상태를 확인한 뒤 길이 50cm가량의 고압봉을 이용한 전기고문과 손바닥으로 얼굴 강타하기를 번갈아 했다.
전기고문은 특정 부위에 집중하지 않고 신체 전 부위에 걸쳐 이뤄졌다. 이 때문에 물증이 될 외상이 특별히 남지 않았다. 김 씨는 “아마도 외상이 있다면 등 쪽에 상처가 난 것 같았는데, 중국이 상처를 보도록 허락해주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가혹행위는 모두 12시간여에 걸쳐 이뤄졌다.
▶ [채널A 영상] 김영환 “1박2일 전기고문 당해”
전기고문을 당한 김 씨는 결국 체포 19일째인 16일 묵비권을 풀고 중국 조사에 응하기 시작했고 그제야 고문은 중단됐다. 하지만 조사를 받는 한 달 내내 책상과 연결된 의자에 앉아 수갑에 묶인 채 잠을 자야 했다.
김 씨는 4월 28일 단둥(丹東)구치소로 이감되고 나서야 가혹행위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김 씨는 25일 기자회견 때 고문 사실을 상세히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정부에서 신중하게 대해줄 것을 당부했고, 여전히 중국에 남아 있는 활동가들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중국이 영사접견을 처음 허용한 4월 26일 한국 정부에 가혹행위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김 씨를 찾아온 영사는 ‘혹시 가혹행위를 당했느냐’고 물었고, 김 씨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가혹행위에 대해 말할 수 있겠느냐”라고 대답했다. 5∼10초쯤 침묵하던 영사는 “그러냐”고 답했고 문답은 그게 끝이었다.
당시 랴오닝(遼寧) 성 국가안전청 단둥수사국 면회실 안에는 4명의 안전청 요원이, 면회실 밖에도 다른 직원이 입회해 영사접견을 지켜보고 있었다. 결국 전기고문과 잠 안 재우기 고문을 당한 사실은 2차 영사접견이 이뤄진 6월 11일에야 간략히 알릴 수 있었다.
외교부는 최근 이규형 주중 한국대사에게 ‘가혹행위에 대해 중국 측 차관급 이상 고위층을 접촉해 답변을 받아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중국은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이 대사의 면담 요청에 답변도 주지 않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