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기담 /유광수 지음/260쪽·1만4000원·웅진지식하우스
우리 옛이야기 속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효성스러운 아들, 절개를 지키는 열녀, 지엄한 남편과 정숙한 부인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한 꺼풀 벗겨 보면 오싹한 경우가 많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손순이 노모를 극진히 모시기 위해 어린 자식을 땅에 묻으려 했다는 이야기는 대표적인 ‘효자담’이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가난한 살림에 하나라도 먹을 입을 덜기 위해 시도했던 ‘자식 살해’가 ‘효’로 치장된 것일 뿐이다.
인과응보, 권선징악의 교훈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고전소설 속 숨겨진 진실을 저자와 함께 읽으면 유쾌한 재미가 느껴진다. 기녀에게까지도 순결과 절개를 요구하는 남자들, 할 수 있는 것은 아이 만드는 것밖에 없는 무능력한 남자의 대명사인 흥부와 변강쇠, 가짜 남편에 대한 의심을 담은 쥐 변신 설화…. 그러나 ‘장화홍련’의 아버지가 딸에게 성적 학대를 한 것이 아니냐는 추론은 흥미를 위해 ‘너무 나간’ 듯하다.
고전소설 이야기를 현대의 가족 모습과 대비시키는 분석도 흥미롭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여우누이’에서 자식을 위해 간도 쓸개도 다 내주는 엄마는 자식의 과외공부를 위해 밤낮 없이 희생하는 요즘 부모들의 모습과 겹친다. 여름밤에 읽기에 공포소설보다 더 오싹한 가족기담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