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로 인해 임명 지연” 사퇴… 나머지 3명 동의안 내주 처리
새 대법관 후보로는 여성 법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법관 인사를 앞두고 민유숙 대전고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18기)와 문영화 특허법원 부장판사(18기), 김소영 대전고법 부장판사(19기) 등이 여성 대법관 후보로 거론됐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7시경 ‘사퇴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글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국가에 마지막으로 헌신하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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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전후해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아들의 병역편의, 저축은행 수사개입 등 각종 의혹이 제기돼 부적격 시비에 휘말렸다. 또 현직 판사가 법원 내부 전산망에 “대법원이 김 후보자 임명제청을 철회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대법원은 김 후보자의 사퇴 직후 논평을 내 “훌륭한 인품과 능력을 겸비한 김 후보자가 사퇴 결단을 내린 데 대해 충격과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의 사퇴 배경에는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의 불가 기류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부터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 처리 여부가 심각하게 논의됐고,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강창희 국회의장을 만난 뒤 법무부에 임명동의안 처리가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를 제외한 나머지 3명에 대해서만 임명동의안 표결에 임하겠다는 민주당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 與마저 등돌려… 대법관 후보자 첫 낙마 ▼
김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 결단을 내림에 따라 나머지 대법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다음 달 1, 2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13일 4명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쳤으나 여야 간 이견으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조차 채택하지 못했으며 대법관 공백 사태는 16일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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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그 형식이 자진사퇴이지만 부적격 인사 추천에 대한 국민과 상식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대법관인사청문특위 민주당 간사인 박영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앞으로 인사청문특위에서 보고서 채택 등 정상적인 수순을 밟아 나머지 3명의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신 김창석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에서 부적격 의견을 제시하고, 고영한 후보자에 대해선 적격 여부에 대한 의견을 달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의 사퇴로 이제 7월 국회에선 박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 처리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남게 됐다. 새누리당은 2일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질 것에 대비해 표 단속에 들어간 상태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