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부모 방아쇠법’ 첫 실험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 카운티 고등법원은 20일 로스앤젤레스 인근 데저트 트레일스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이른바 ‘학부모 방아쇠(Parent-trigger)’ 법안에 따라 부실 공립학교를 자율형 공립학교(차터스쿨)로 전환시키는 계획을 계속 추진하라고 판결했다고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주요 언론이 보도했다. WSJ는 “사법부가 쓰러져 가는 학교에 학부모들이 방아쇠를 당길 수 있게 허용했다”고 평가했다.
캘리포니아 주가 2010년 처음으로 도입한 법안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전체 학부모 가운데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해당 교육청의 허가를 얻어 △학교 폐쇄 △학부모들이 학교 운영권을 인수해 차터스쿨로 전환 △교장과 교사 교체 등 3가지 개혁조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추진할 수 있다. 현재 텍사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주에도 비슷한 법안이 있고 다른 20여 개 주도 유사한 법안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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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학부모들의 서명이 조작되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법원은 학부모들의 손을 들어줬다. 차터스쿨은 학부모와 외부단체 등이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해 자율적으로 교과목 등을 정할 수 있는 일종의 자율형 공립학교로 최근 미국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WSJ는 첫 물꼬가 터진 만큼 학부모들이 학교 개혁에 개입하는 사례가 미국의 다른 주에도 급속하게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학부모들이 학교 개혁에 발 벗고 나서는 이유는 미국 공립학교 시스템이 갈수록 취약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 교육부 자료를 인용해 공립학교 학생들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공립학교 학생들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평균 5% 줄어든 것에 비해 차터스쿨의 학생들은 60% 가까이 늘었다는 것. 도시별로 보면 미시간 주의 디트로이트 시는 학생 수가 무려 32.1%나 줄어들었다. ‘교육정책을 위한 전미 시장협의회’ 회장인 케빈 존슨 새크라멘토 시장은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기고 있다. 우리가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한다면 왜 학생들이 공립학교를 잇달아 떠나겠느냐”고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공립학교를 외면하면서 학생 수에 따라 예산 지원을 받는 학교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문을 닫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동아일보 DB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