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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中서 가혹행위 당했다”… 北인권문제, 中인권으로 번지나

입력 | 2012-07-26 03:00:00

“잠 안재우고 물리적 압박… 하루 13시간씩 노역시켜… 北보위부, 체포과정 개입”외교부, 中에 진상조사 촉구




중국에서 국가안전위해 혐의로 체포됐다가 113일 만에 풀려난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 씨(49·사진)는 “조사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25일 밝혔다. 중국 공안당국은 김 씨에게 중국 법률 위반을 시인하고 가혹행위에 대해 침묵할 것을 집요하게 요구하면서 석방을 지연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는 이날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의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중국 국가안전부는 ‘중국 법률을 위반했음을 인정하라’ ‘안전부에서 당한 가혹행위에 대해 한국에 가서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두 달 동안 설득했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구치소에 있을 때에는 재판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폭로하려고 생각했다”며 “하루 13시간씩 노역을 시켜서 아주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이 물리적 압박을 하면서 잠을 안 재운 것이냐’는 질문에 “두 가지 다 있었다”고 말했다. ‘고문이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구체적인 부분은 다음에 밝히겠다”며 언급을 피했다.

최홍재 김영환석방대책위원회 대변인도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함께 체포됐다 풀려난) 유재길 씨(43)는 한 달 가까이 앉아서 자서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중국 인권 문제가 부각되면 북한 인권 문제가 묻힐 수 있다’며 구체적인 가혹행위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김 씨는 지난달 11일 2차 영사면담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에 외교통상부는 다음 날 장신썬(張흠森)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했으며 이달 23일에도 천하이(陳海) 주한 중국대사관 부대사를 불러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김 씨는 “이번 (구금) 사건 발생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와 연관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국가안전부는 내가 누군지도 잘 몰랐다”며 “중국 안전부는 ‘북한 보위부가 함께 구금된 동료 중 한 사람을 집중 감시 및 미행하고 있어서 그를 보호하기 위해 검거했다(그 과정에서 김 씨도 검거했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체포된 날 중국인과 한국인을 포함해 7∼10명이 동시에 붙잡혔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중국 공안당국의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고 혐의가 무엇인지 한마디도 들을 수가 없었다”며 “(특정 혐의와) 관련된 사실을 얘기하라는 게 아니라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말하라는 식의 조사였다”고 설명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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