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 반영한 신조어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사는 주부 최모 씨(35)는 올해 여름휴가를 집 근처 쇼핑몰에서 보내기로 했다. 한 달에 100만 원에 가까운 주택담보대출 이자도 부담스럽고, 네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휴가를 나서는 것도 피곤하기 때문이다. 최 씨처럼 쇼핑몰에서 휴가를 해결하는 사람을 ‘몰캉스(몰+바캉스)족’이라고 부른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경기 불황을 풍자하는 신조어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정부의 잇단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는 유난히 우울한 신조어가 많다.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 강남과 목동 등 소위 ‘버블세븐’의 집값 하락폭이 다른 지역보다 더 큰 현상을 빗댄 ‘반값세븐’, ‘강남불패(不敗)’ 시대가 끝났다는 ‘강남필패(必敗)’가 대표적이다. ‘오·바·마(오=오를 줄 알았던 집값, 바=바닥을 모르겠네, 마=마음을 비우고 기다려야지)’도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실속 있고 합리적인 소비를 즐기는 여성을 뜻하는 ‘간장녀’가 유행하고 있다. 또 제품의 특성보다는 가격이 싸다는 점을 강조한 조어도 나오고 있다. 1만 원대 제품을 9900원, 1000원대 제품은 990원에 판매하는 ‘99마케팅’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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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신조어는 구조조정, 청년실업, 양극화, 남녀의 전통적 성(性) 역할 해체, 소비 행태 변화 등 세태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며 “경제위기 때는 사회 전체가 큰 변화에 휩싸이므로 자연스럽게 신조어가 많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