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이 했다고 전해지는 말이다. 제1회 근대 올림픽인 1896년 아테네 대회에는 14개 나라가 참가했는데 9개 종목에 출전한 241명이 전부 남자였다. 쿠베르탱 남작은 여성이 나오면 경기의 엄숙함이 없어진다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 인류 평화를 위해 근대 올림픽을 만든 그도 보수적인 귀족 신분이라서 그랬는지 남녀평등과는 거리가 멀었던 모양이다. 2회 올림픽인 1900년 파리 대회부터 여성들이 출전했다.
여성의 출전을 막던 금녀(禁女)의 벽이 근대 올림픽 창설 후 116년 만에 완전히 허물어졌다. 27일 개막하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종목에는 여자 복싱이 포함됐다. 복싱은 1904년 세인트루이스 대회 때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후로 4년 전 베이징 대회 때까지 여성의 출전을 막아온 종목이다. 여자 복싱은 1904년 대회에서 딱 한 번 시범 종목으로 열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92년 유도, 1996년 축구, 2000년 역도, 2004년 레슬링에서 여자 종목을 추가하면서 금녀의 벽을 차츰 무너뜨려왔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복싱에는 남자의 10개 체급보다 적은 3개(플라이급, 라이트급, 미들급)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금녀의 벽은 그동안 여성들의 올림픽 출전에 인색했던 이슬람교 국가에서도 무너져 가고 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엄격한 남녀의 역할 구별에 따라 여성들의 대외활동을 제한해왔다. 카타르 브루나이는 그동안 여성들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는 자국 여성 선수들의 참가를 허락했다. 특히 카타르는 사격에 출전하는 여자 선수 바히야 알하마드에게 개회식 기수를 맡겼다. 대부분의 국민이 이슬람교를 믿는 타지키스탄에서는 최초의 여성 복싱 올림픽대표가 탄생했다. 이들은 스포츠를 통해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런던 대회에 참가하는 여자 선수가 269명으로 남자 선수(261명)보다 더 많아 미국의 올림픽 출전 사상 처음으로 여초(女超) 올림픽이 됐다. 한국은 남자가 134명, 여자가 111명으로 아직까지는 남자가 더 많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