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자동차 박물관에 가다
독일 BMW의 복합전시공간 ‘벨트’. BMW 제공
뮌헨 올림픽공원 인근은 벨트와 BMW 본사, 박물관과 공장이 밀집한 BMW그룹의 사령부다. 1973년 개관해 2007년 새로 단장한 벨트는 누적 방문객이 600만 명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하루에 약 300대의 신차가 고객에게 직접 인도된다. 새 차를 구입한다는 인생에 손꼽힐 ‘이벤트’를 기념하기 위해서다. 직접 차를 받으러 온 고객들은 출고를 기다리는 동안 인근 박물관과 공장을 둘러보며 자연스레 자신의 차에 대한 애정을 키운다.
○ 독일의 자동차 박물관 볼거리 ‘풍성’
메르세데스벤츠는 설립 50주년을 기념해 2006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자동차 박물관을 새롭게 건설했다. 8층 규모의 이 박물관에서는 1886년 카를 벤츠가 만든 인류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부터 현재까지의 벤츠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탔던 퍼레이드 카와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생전에 탔던 ‘E클래스’ 등 역사적인 사건에 등장한 차들도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폴크스바겐그룹의 ‘자동차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는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 전체 대지의 넓이가 축구장 25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대표 브랜드인 폴크스바겐 외에도 아우디 람보르기니 슈코다 세아트 부가티 등 그룹 산하 브랜드의 독립 전시관을 운영한다.
전시관 외에도 즐길거리는 넘쳐난다. 아우토슈타트의 자랑은 대지 한쪽에 세워진 거대한 원기둥 형태의 ‘카 타워(Car Tower)’. 공장에서 갓 출고돼 층층이 쌓인 차를 크레인이 마치 자판기처럼 꺼내 고객에게 전달한다. 폴크스바겐의 각종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오프로드(험로) 주행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한때 세계 최고의 자동차 시장으로 군림했던 미국도 만만치 않다. 1929년 설립된 미국 미시간 주 디어본의 헨리 포드 박물관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의 동상이 방문객을 반기는 이 박물관은 1908년 포드자동차가 출시해 미국의 자동차 시대를 열어젖힌 ‘모델-T’, 1963년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피격당할 당시 탑승했던 링컨 콘티넨털 등 역사적인 모델이 가득하다.
포드의 차량뿐 아니라 경쟁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일본 도요타와 혼다의 차까지 갖췄다. GM은 디트로이트에 ‘GM 역사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차업체는 도요타가 나고야 본사 박물관을 비롯해 도쿄의 관광 명소인 오다이바에 대규모 체험공간인 ‘메가웹’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혼다는 도치기 현 모테기(茂木)에 박물관이 있다. 볼보 포르셰 등도 본사 부근에 박물관을 두고 있다.
한국에도 자동차 박물관이 있다. 경기 용인시에 있는 삼성화재교통박물관이다. 1998년 개관한 이 박물관은 전 세계의 명차를 ‘뷰티’, ‘무비’, ‘클래식’ 등 테마에 맞춰 전시한다. 현대자동차 ‘포니’, 시발(始發)자동차 등 한국 자동차 역사의 상징적인 모델도 갖추고 있다. 세계 5위의 한국 자동차업계가 직접 운영하는 박물관이 없다는 것은 머지않아 해결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