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해임 하루만에 현영철 차수 승진 의미는
현영철은 평양 이북 지역과 북-중 접경지역을 맡는 8군단장 출신. 지난해 김정일 사망 이후 국경에서의 탈북자 사살 등 내부 통제를 위한 강압책에 동원됐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등 일련의 대남 군사도발에 관여했던 ‘이영호 라인’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2009년 이래 김정은 체제 출범 과정에서 나온 불미스러운 과거와 단절하고자 하는 신호를 최근 보내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이영호 희생양 삼기’가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영호에게 책임을 물어 과거를 묻고 대외관계를 반전시키기 위한 매개로 이번 인사 조치가 이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4월 장거리로켓 발사 실패 이후 북한은 경제사절을 외국으로 보내고 북핵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히는 등 대외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이번 인사로 강경 이미지에서 벗어나 정책적 유연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영호의 해임으로 권력공백이 생긴 군부가 순순히 변화에 따를지는 확실치 않다. 한 국책기관 연구원은 “과거에도 엘리트 그룹 간 갈등은 있었지만 김정일은 조정이 가능했기 때문에 외부로 노출되지 않았다”며 “이번 이영호-최룡해 간에 벌어진 수평적 갈등이 김정은을 향한 수직적 갈등으로 전개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군부 인사는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당 비서,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 조율해 단행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총정치국장은 노동당 규약에 따라 군단에서부터 말단 부대에 이르기까지 ‘당적 통제’를 담당하고 인사에 관여한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군 계급을 갖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민간인 출신이다. 당 출신의 ‘정치군인’이 야전 출신의 ‘직업군인’을 전면 배격할 수는 없다. 야전 출신 현영철을 전격 발탁한 것도 이런 이유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