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이익 맞물려 입지 확대, 내년 펜타곤에 장교 첫 파견… 도쿄서 미군과 합동훈련도
일본 정부는 내년부터 미국 국방부에 처음으로 군 장교(자위관)를 파견하기로 했다. 도쿄(東京) 등 수도권 일대에서는 육해공 자위대 5000명이 주일 미군과 함께 16일부터 20일까지 지진 대응 훈련을 벌이고 있다. 이는 모두 처음 있는 일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중시 전략과 연계해 자위대의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내년부터 미국 국방부에 자위관을 파견하기로 미 정부와 합의했다. 미국 플로리다 주의 중부군 사령부와 하와이의 태평양 사령부에는 이미 자위관이 배치돼 있지만 국방부 파견은 이번이 처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양국이 군비를 증강하고 있는 중국과 핵개발을 서두르는 북한을 견제하면서 유사시 초동 협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 우선 항공자위대의 영관급 장교 1명을 미 국방부 공군참모본부에 연락관으로 상주시킨 뒤 단계적으로 파견자 수를 늘릴 방침이다.
자위대가 차츰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것은 동맹국의 군사 부담을 늘려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맞서려는 미국의 세계전략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자위대에 대한 일본 국민의 경계심이 허물어지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평화헌법에 따라 1950년 경찰예비대로 출범한 자위대는 그동안 기지 밖 활동을 극도로 제한해왔다. 옛 일본군을 떠올리게 한다는 국민들의 반감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위대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크게 바꾼 계기는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 때의 구호활동이었다. 자신감을 회복한 자위대는 올해 4월 북한 미사일 발사 위협에서 지켜준다며 옛 일본군에 대한 반감이 큰 오키나와(沖繩) 본섬과 주변 낙도에 패전 후 처음 육해공군 900명을 배치했다. 지난달에는 재해 대비 훈련을 명목으로 1970년 이후 처음 완전무장을 한 채 도쿄 도심을 행진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