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X’ 프로젝트팀 이끄는 美 제바스티안 트룬 교수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술이 모든 이에게 공평한 기회를 줄 것”이라고 신념을 밝히는 제바스티안 트룬 교수. 마운틴뷰=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구글의 펠로(최고 연구위원)이자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이기도 한 제바스티안 트룬 교수(45)는 11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상용화할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운 무인자동차를 개발하는 이유를 물은 데 대한 답이었다.
트룬 교수는 구글의 비밀연구소인 ‘구글 X’라는 프로젝트팀을 이끌고 있다. 이곳에서 무인차나 ‘구글 글라스’처럼 놀라운 신기술이 나온다. 구글 글라스는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가 최근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구글 I/O)에서 선보여 화제가 된 안경형 컴퓨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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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룬 교수는 그가 18세 때 가장 친한 친구가 교통사고로 자신의 곁을 떠나는 걸 지켜본 뒤 언젠가 무인차를 개발해 사고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구글에 합류하기 전인 2005년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하는 로봇형 자동차 대회 ‘그랜드 챌린지’에 구글 무인차의 조상 격인 ‘스탠리’로 출전해 우승했다.
최근에는 장애인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그래서 무인차의 첫 테스트 드라이버로 시각장애인인 스티브 머핸 씨를 선택했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고 불리는 전신마비 과학자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를 초청해 무인차 시승 기회를 제공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본보 12일자 A1면
‘한국의 호킹’ 전신마비 이상묵 교수 구글 무인車 체험
그는 “무인차 기술이 한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면서 “장애인을 상대로 무인차를 테스트하기 전에는 그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 몰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구글 X’ 프로젝트팀은 공익적 기술 개발에 계속 매진할 계획이다.
어렸을 적에 즐겨 봤던 미국 드라마 ‘전격 Z작전’에 나오는 ‘키트’처럼 “여기로 와!”라는 주인의 명령에 잽싸게 달려오는 자동차가 나올 날도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쩍 물었더니 트룬 교수는 “법적인 문제를 주의 깊게 공부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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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룬 교수는 기술이 사람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보장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유다시티’라는 비영리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일종의 사이버 대학으로, 스탠퍼드대 등 미국 최고 대학의 교수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강의를 모든 세계 학생에게 무료로 제공하겠다며 만든 것이다. 학위를 주지는 않지만 강의 평가, 시험까지 대학과 똑같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마운틴뷰=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