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부터 논에 구들장… 세계농업유산 등록 추진“유기농쌀 생산단지로 조성” 완도군, 5개 마을과 협약
느림과 여유, 쉼의 미학을 추구하는 슬로시티 청산도에는 300년 넘게 이어져 온 구들장 논이 있다. 완도군은 구들장 논 일대에 유기농 쌀 재배단지를 조성하는 등 친환경 생태섬으로 가꾼다. 완도군 제공
완도군은 17일 청산면사무소에서 ‘무농약 유기농 생산단지 실현 선포식’을 열고 구들장 논 주변 5개 마을과 유기농 생태마을 만들기 협약을 체결한다. 청산도의 구들장 논은 척박하고 비탈진 땅을 개척했던 섬 사람들의 슬기와 애환이 스며 있다. 구들장은 온돌에 쓰이는 돌이지만 청산도에선 산비탈이나 구릉에 구들장을 놓아 바닥을 만든 뒤 그 위에 흙을 부어 논을 일궜다. 돌이 많은 지형 특성상 물이 쉽게 빠져버리기 때문에 물을 가두기 위해 논바닥에 구들장까지 깔았던 것. 1608년 청산도에 사람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으로 미뤄 1700년대부터 구들장 논을 일구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완도군은 구들장 논 주변 70ha에 유기농 쌀 재배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협약을 맺은 5개 마을은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농법으로 벼를 재배한다. 김종식 완도군수는 “구들장 논은 섬 지역 농업문화 유산의 결정체”라며 “유기농 생산단지를 확대하고 농사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농업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완도군은 슬로시티로 선정된 이후 슬로푸드를 개발하고, 느린 섬 여행학교를 여는 등 자연친화적인 사업을 벌여 왔다. 지난해에는 슬로시티국제연맹으로부터 ‘세계슬로길 1호’로 공식 인증을 받으면서 걷기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사계절 관광객 발길이 이어져 청산도는 연간 30만 명이 찾는 명품 관광지로 변신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