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뮤니스트/로버트 서비스 지음·김남섭 옮김/824쪽·3만6000원·교양인
19세기 전 세계로 퍼져나가 지구의 3분의 1을 차지한 나라들의 지도자들이 공산주의자를 자칭했다. 하지만 1989년 동유럽 혁명을 시작으로 공산주의 국가들은 도미노처럼 붕괴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공산주의 몰락의 원인을 밝히려 수많은 학자가 뛰어들었다. 혁명사 연구의 대가인 저자는 이 논쟁의 한복판에서 공산주의 이념의 태동, 성공과 몰락을 세계적 시각에서 조망한다.
이 책은 공산주의 이념 자체와 지도자, 역사적 상황 모두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먼저 공산주의 최대의 이론가인 마르크스의 이론에 내재된 종교적 요소가 문제의 씨앗이라고 꼬집는다. 마르크스는 당시 ‘근대성에 대한 유일한 과학적 분석가’로서 신처럼 대접받았다. 마치 기독교의 천년왕국 사상처럼 공산주의자들은 프롤레타리아 혁명에 의해 완벽한 사회가 만들어질 거라고 확신했다. 이 때문에 마르크스 이론 해석의 정통성을 놓고 끝없는 논쟁과 내부 숙청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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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풍파에 휘말려 공산주의가 이상을 배반하고 자기모순에 빠진 점도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산주의는 자본주의 국가와 타협해야만 하는 역사적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스탈린은 히틀러의 소련 침공을 막기 위해 ‘독-소 불가침 조약’을 맺는다. 히틀러가 이를 깨고 소련을 공격하자 스탈린은 자본주의 국가인 영국 미국과 손잡는다. 체제를 지키기 위해선 파트너가 누구든 상관없었던 것. 역사적 상황은 공산주의의 완벽한 실천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저자는 “마지막 공산주의 국가가 사라졌을 때에도 공산주의는 오랫동안 사후의 삶을 누릴 것”이라고 말한다. 빈곤과 억압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뿌리내렸듯이 말이다. 공산주의 지도자들의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곁들여 공산주의의 역사에 대해 풍부하게 설명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