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의 카디프시티 이적이 확정됐다. 김보경은 카디프시티가 최종목표가 아닌 더 큰 무대를 위한 발판이라고 당찬 소감을 밝혔다. 13일 파주 NFC에서 훈련 중인 모습. 파주|김민성 기자 marine@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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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후계자, 英 2부리그 선택 왜?
1. 박지성 선배도 PSV 거쳐 맨유 성공신화
2. 獨·스페인 명문팀 보다 출전기회가 중요
3. 최종목표는 톱 클럽 …“스텝 바이 스텝”
“카디프 시티는 최종 목표가 아니다. 더 큰 무대를 위한 발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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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에이전시 이반스포츠 이영중 대표는 13일 “현 소속 구단인 세레소 오사카(일본)와 카디프 시티의 이적 협상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적료는 250만 파운드(44억원), 연봉은 120만 파운드(21억원) 수준이다. 계약기간은 3+1년이 유력하다. 이 대표는 “카디프 시티는 4년을 원하지만 우리는 4년이 길다는 입장이다. 좀 더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보경은 올림픽대표팀 소속으로 15일 영국 런던으로 출국한다. 이 대표는 “김보경이 영국에서 바로 메디컬테스트를 받을 수 있도록 대한축구협회에 요청을 해 놨다. 올림픽 팀에 지장을 주지 않게 빨리 이적 절차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1899년 창단한 카디프 시티는 영국 웨일스 수도 카디프를 연고로 한 명문 구단으로, 2011∼2012시즌에는 챔피언십 6위에 올랐다. 사령탑은 스코틀랜드 국가대표 출신인 말키 맥케이 감독(40)이다. 맥케이는 이번 영입과정에서 김보경을 강력하게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텝 바이 스텝
올 여름 김보경의 유럽행은 일찌감치 예상됐었다. 김보경은 올 시즌 세레소 오사카에서 7골을 터뜨리며 주축 공격수로 입지를 굳혔다. 그가 유럽 팀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음을 알려주는 일화가 있다. 김보경 지인은 몇 달 전 세레소 오사카 경기를 보러 일본에 갔다가 흐뭇한 경험을 했다. 당시 세레소 오사카에는 일본 국가대표 미드필더 기요타케 히로시가 김보경과 함께 뛰고 있었다. 기요타케는 5월 독일 분데스리가 뉘른베르크 입단이 확정됐는데, 그 당시는 이적 전이었다. 그 지인은 “유럽 스카우트들이 기요타케를 보러 총출동했었다. 그런데 경기 끝나고 그들의 수첩을 보니 온통 김보경 이름만 적혀 있더라”며 웃음을 지었다. 실제 김보경은 직간접적으로 독일과 스페인 등 유럽 빅 리그 팀들의 러브 콜을 받았다. 그런데 모두가 선망하는 빅 리그를 뒤로한 채 2부 리그 카디프 시티를 선택했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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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진출 초기에도 그랬다. 2010년 세레소 오사카 입단 직후 1년 간 J2(2부 리그) 오이타 트리니티에 임대 돼 1년을 뛰었다. 주변에서 왜 2부 리그에서 뛰느냐며 만류했지만 김보경은 꿋꿋했다. 잘 적응한 뒤 다시 세레소 오사카로 돌아와 중심선수가 됐다.
김보경은 13일 파주 NFC에서 훈련을 마친 뒤 “유럽 몇몇 팀이 관심을 보였다는 말을 들었지만 유럽에서 내가 보여준 게 없어 우선은 벤치에 앉아있게 될 수도 있다. 경험을 쌓기 위해서는 경기에 출전해야 한다. 1부 리그에 갔다가 다른 곳에 임대되는 것보다 착실히 단계를 밟는 게 좋다. 최종 목표는 카디프가 아니다. 더욱 큰 무대를 위한 발판이 되도록 하겠다”고 당찬 소감을 밝혔다.
학습효과 영향도 있다.
사실 지금까지 빅 리그에 직행해 잘 정착한 선수는 이청용(볼턴) 정도 밖에 없다. 유럽에서 성공시대를 연 박지성(QPR)과 이영표(밴쿠버), 설기현(인천) 등은 모두 네덜란드나 벨기에, 챔피언십 등을 거쳤다. 최근 빅 리그 이적이 유력한 기성용(셀틱)도 거친 스코틀랜드 리그에서 검증을 받았다. 반면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지동원(선덜랜드)은 각각 분데스리가와 프리미어리그로 바로 갔지만 게임에 나서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감각을 잃고 자신감도 떨어지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김보경은 선배들의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처럼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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