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놈펜 ARF 회의
북한이 12일 배포한 언론발표문. 외무상이 사망한 백남순(PaekNamSun·점선안)으로 돼 있다.
북한이 12일 배포한 언론발표문. 외무상이 사망한 백남순(PaekNamSun·점선안)으로 돼 있다.
북한이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배포한 영문 언론발표문의 첫 줄이다. 박의춘 외무상 대신 2007년 사망한 전임자 백남순의 이름이 들어 있다. 북한이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참석한 국제회의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톡톡히 망신을 당한 셈이다.
북한 대표단은 이날 오후 4시(현지 시간) ARF 회의가 열린 캄보디아 총리실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오전부터 예고했다. 매년 ARF가 열릴 때마다 주목을 받았던 북한 이슈가 올해는 역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남중국해 분쟁에 밀려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자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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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발표문에 전임자 이름을 넣은 실수를 놓고 ARF 회의장 안팎에서는 “매번 똑같은 주장만 반복하는 북한이 기자회견도 못할 만한 사정이 생기자 과거 자료를 급히 그대로 갖다 쓰다가 외무상 이름도 미처 못 바꾼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ARF 자유토론에서 북한에 △추가 도발을 해선 안 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해야 하며 △진정성 있는 비핵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장에서 김 장관과 북한 박의춘 외무상은 서로 멀리 떨어져 앉았고 이동할 때에도 시차를 두는 등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으려 신경 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오후에 김 장관이 인사라도 나누려고 박 외무상에게 다가갔을 때는 박 외무상이 손을 설레설레 흔들며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은 이어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상,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회담을 했다. 이날 3국 외교장관회담은 최근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서명 연기 사태로 3국의 안보협력 강화 시도가 무산된 뒤 한미일 외교 수장이 처음으로 얼굴을 맞댄 자리였다.
회담 후 나온 언론발표문에는 남중국해 분쟁과 이란 핵문제, 시리아 내전 등 글로벌 이슈들에 대한 공동의 노력이 대부분이었다. 3국 간 협력 방안으로는 과장급 실무자들이 참가하는 워킹그룹을 미국 워싱턴에 구성하며 북한의 비핵화와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상호 협의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 정도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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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