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분 재배 날로 지능화… 상추밭에 숨겨 재배하기도올해만 벌써 400여명 적발… 대부분 60, 70대 노인들
두 가지 양귀비, 어느 쪽에 마약성분이 있을까요? (정답은 아래에)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 사는 조모 씨(76)는 양귀비를 몰래 재배하다 5월 부산해양경찰서에 적발돼 불구속 입건됐다. 조 씨는 자신의 주택 앞마당과 뒤뜰에서 양귀비 915포기를 재배했다. 하정우 부산해경 형사3팀장은 “예전에는 인적이 드문 농어촌이나 섬 등지서 몰래 재배되던 양귀비가 도심 주택가에까지 퍼져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양귀비의 덜 익은 열매 속 수액은 말린 뒤 화학적 공정을 거치면 아편과 모르핀, 헤로인 등 마약의 원료가 된다. 이 때문에 경찰은 꽃이 피는 5∼7월 전국적으로 특별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재배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재배 수법이 지능화되고 재배지역도 광역화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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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재배되는 양귀비는 20여 종. 대부분 관상용인 개양귀비지만 마약 성분이 있는 ‘파파베르 솜니페룸 엘’ ‘파파베르 세티게룸 디시’ 등 2종은 한 포기라도 재배하면 불법이다. 하지만 대검찰청 단속 지침에 따라 50포기 미만은 기소하지 않고 주의를 준다. 50포기에서 100포기는 조사는 하되 기소는 유예하고, 100포기 이상은 벌금을 부과한다. 적발된 사람은 대부분 60, 70대 노인이다. 전병현 전남경찰청 마약수사대장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관상용이나 약용으로 쓰려고 씨앗을 받아 키우다 마약 전과자가 되는 사람이 한해에만 50명이 넘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동영상=등잔 밑 어둡다고, 콩 밭에서 양귀비 재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