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뛴다” 태릉선수촌 유정형 운영본부장-신승철 검식사-한정숙 영양사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을 위해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살림을 챙기는 이들이 있다. 선수촌 식당의 신승철 검식사(왼쪽)와 한정숙 영양사(가운데), 유정형 선수촌 운영본부장.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한국 스포츠의 메카인 태릉선수촌(서울 노원구 공릉동)은 요즘 전쟁터다. 2012년 런던 올림픽(7월 27일∼8월 12일)을 앞두고 선수들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고통을 참고 견딘다. 세계 203개국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이들 태극전사를 위해 ‘음지’에서 힘이 되는 살림꾼들이 있다. 한국 선수단의 관리를 총괄하는 유정형 태릉선수촌 운영본부장(52)과 선수촌 식당에서 조리사를 관리하는 신승철 검식사(51), 한정숙 영양사(48)가 그들이다.
○ 20여 년간 선수 뒷바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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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본부장에게 태릉선수촌은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1985년 대한체육회에 입사해 1991년부터 지금까지 태릉선수촌 선수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런던 대회 개막을 앞두고 마지막 땀 한 방울까지 쏟는 선수들을 볼 때면 기특함보다 안타까움이 앞설 때가 많다.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선다’는 자부심 하나로 버틴다. 메달 색깔을 떠나 그들은 진정한 애국자다.”
유 본부장은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이 금메달 10개-종합 10위 이상의 성적을 충분히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대한체육회는 한국 선수단의 경기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올림픽 개막 일주일 전인 20일 영국 브루넬대에 전지훈련지를 마련했다. 1948년 런던 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출전한 이래 첫 시도다. 훈련 파트너까지 함께 간다. 유 본부장은 “선수단을 위해 심리치료사와 트레이너, 의료진 등이 총동원된다. 현지 적응 훈련이 성공하면 예상 밖의 금메달이 쏟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 “가정의 맛으로 기(氣)를 팍팍!”
대한체육회는 최근 배편으로 조리 기구들을 런던으로 보냈다. 식재료들은 현지 한국 식품상을 통해 확보했다. 런던에 머물 한국 선수단의 영양 보충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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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검식사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부터 태릉선수촌의 식단을 맡아왔다. 그는 “선수들이 메달을 딴 뒤 고마움을 전할 때 진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한 영양사 역시 1996년부터 태릉선수촌에 머물면서 “아들딸 같은 선수들이 ‘죽을 만큼 힘들다’고 할 땐 눈물이 났다. 이들이 노력한 만큼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맛깔스러운 음식으로 돕겠다”고 했다. 선수단 뒤에 가려져 있지만 마음만은 국가대표가 돼 있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