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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조수진]‘제2의 안대희’를 보고 싶다

입력 | 2012-07-11 03:00:00


조수진 정치부 차장

2003년 8월∼2004년 5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불법 대선자금을 파헤쳤던 ‘국민 검사’ 안대희. 그가 10일 35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2006년 서울고검장에서 대법관으로 변신해 6년 임기를 채웠다. 새 출발선에 선 그를 축하하기 위해 5일 대선자금 수사 당시 대검을 출입했던 기자 10여 명과 함께 모임을 가졌다. 기자들이 옛 취재원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건 흔치 않다. 대선자금 수사가 검찰사(史)를 새로 쓴 일이기에 가능했다.

대선자금 수사는 노무현 정권 초에 시작됐다. 말 그대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였다. 안희정 씨를 비롯한 현직 대통령의 최측근, 현역 국회의원 23명 등 정치인 40여 명, 기업인 20여 명이 형사처벌됐다. 노 대통령은 ‘재신임’을 언급(2003년 10월 10일)했고, 야당 대선후보였던 이회창 씨는 감옥행을 자처(2003년 10월 30일)하기까지 했다.

수사팀이 강하게 치고 나면, 뒷수습은 수뇌부의 몫이었다. 대선자금 수사의 한 갈래였던 나라종금 수사 때 안희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번이나 기각됐다. 의기소침해 술잔을 기울이던 수사팀에 전화가 걸려왔다. 송광수 검찰총장이었다. “시련이 많을 텐데 그 정도 일에 기가 죽으면 되겠느냐.” 안 씨는 세 번째 청구된 영장으로 구속됐다.

취재 기자들은 검찰 수사에 공감했다. 매일 아침 대검 중수부장의 몇 마디 언급, 브리핑 몇 줄을 토대로 어떻게 하면 수사상황을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할지 고심했다. 노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 규모가 전체 대선자금의 10분의 1을 넘어 8분의 1에 가깝다는 계산도, 한나라당이 ‘차떼기’ 수법을 동원했다는 것도 이런 과정에서 나왔다.

‘송짱(송광수 팬클럽)’ ‘안짱(안대희 팬클럽)’ 같은 국민 팬클럽이 결성됐고, 일부 극성 팬들은 보약을 싸들고 대검을 찾았다. 국민들의 관심 집중에 검찰 수뇌부는 모자를 쓰지 않고선 청사 밖 식당에 가기가 어려웠다.

안 전 대법관에게 대선자금 수사의 소회를 물었다. 그는 “나는 정말 운이 좋은 검사였다”고 말했다. ‘운’의 의미를 묻자 “초년병 때부터 특별수사를 해온 나를, 대검 중수부장에 앉힌 건 어쩌면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지 모른다”고 했다. 대통령의 의지가 없었다면 수사사령탑에 기용될 수 있었겠느냐는 얘기였다. 최근 검찰의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에 대해선 “정말 조심스러운데…”라며 한동안 고민하더니 “검찰 인사가 지나치게 지역 위주가 된 것 같다”고만 했다. 인사의 원칙이 실력보다는 출신 지역이 돼 수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인 듯했다.

지난 정권 초 ‘산 권력’을 단호하게 단죄하던 대선자금 수사 때와 달리 요즘 검찰은 정권 말의 ‘죽어가는 권력’에도 눈치를 보는 듯하다. 내곡동 사저 땅 헐값 매입이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등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파헤친 게 없다. 검찰 수뇌부는 2007년 이명박 후보 캠프 핵심 인물이었던 이상득 전 의원과 정두언 의원이 대선 직전 돈을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도 대선자금 수사에 미온적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 검사’는 ‘정치적 중립’을 향한 검찰의 부단한 노력과 대통령의 의지, 그리고 국민의 성원이 어우러져야 탄생할 수 있다. ‘제2의 안대희’는 과연 나올 수 있을까.

조수진 정치부 차장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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