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평소 출퇴근길 교통이 혼잡한 밤고개로와 인접한 곳에 고속철도(KTX 수서∼평택) 수서역이 건설되지만 정작 교통 혼잡을 해결하기 위한 도로 확장은 뒷전인 채 역사 건설만 서두르고 있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본보 7일자 A1면 KTX 수서역은 ‘新유령역’
▶본보 7일자 A8면 “일단 개통부터”… 상습 침수지역…
국토해양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해 서울시가 KTX 건설사업으로 교통량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인근 도로 확장을 건의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전체 도로 확장 대신 일부 구간만 넓히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KTX 수서∼평택 건설 기본계획이 수립되던 2009년 11월 국토부에 밤고개로 확장 건의 공문을 보냈다. 이후 지난해 2월 재차 역사 및 역세권 사업구간에 인접한 밤고개로 전체 구간의 도로 확장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철도시설공단은 이 같은 문제점을 알면서도 “재원 구조상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역사를 건설하는 500m 구간만 먼저 8차로로 확장하고 나머지 800m는 역세권 개발이 이뤄질 때 확장하겠다는 것. 조동환 철도시설공단 건축설비처 부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미 국토부에서 교통영향평가를 통해 결정한 사안”이라며 “역사 건설 용지와 인접한 500m 구간은 정부 예산으로 도로 확장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800m 구간은 역세권 개발과 관련돼 있어 정부 예산 조달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 부장은 “800m 구간의 도로 확장은 우리(철도시설공단)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철도시설공단은 용지 매입비용 등을 포함해 도로 건설에 들어가는 예산을 500m 구간은 325억 원, 나머지 800m 구간은 37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시 관계자는 “일부만 먼저 확장하고 나중에 역세권 개발이 시작된 뒤 나머지 도로를 확장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해 사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는 8차로에서 6차로, 다시 8차로로 이어지는 기형적인 도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달 열린 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철도시설공단은 “이미 지난해 5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승인된 교통영향 분석과 개선 대책은 무시한 채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어 수서역 건설 자체를 막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