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배 사장 ‘불통 경영’ 내홍
“(예술단들의) 정기공연 중요하게 생각 안 하시죠? 6월 25일 정기연주회 하는데 6월 3일 결재해 주셨어요. 저희가 2, 3월부터 말씀드렸잖아요.”(서울시합창단원)
“결재를 안 한 이유가 있겠죠.”(박인배 사장)
“이유가 뭔지는 아세요? 사장님한테 결재 올라갈 때까지 한 달 걸립니다. 조직 개편은 뭣 때문에 합니까. 결재 더 오래 걸리게 하려고요? 아까 답변하시다 ‘제가 그만둘까요?’라고 그러셨죠. 그냥 그만두세요.”(합창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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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무국 여직원은 “우리는 사장님이 추진하려는 일의 재료에 불과한 것 같다. 예술단원들은 예술활동을 해야 하는데, 이 공연 저 공연 없애고 단장은 뽑아주지도 않고, 이런 상황에서 경영 혁신, 조직 개편만 부르짖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박 사장 취임 이후 6개월간 세종문화회관에선 ‘낙하산 인사’ ‘소통 부재’ ‘불도저식 경영’ 등 뒷말이 무성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 시장 선거캠프의 정책자문위원회 문화환경분과 위원장을 맡았던 박 사장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상임이사,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운영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문화예술계 대표적 진보 인사 중 한 사람으로 꼽혔던 인물이다.
취임한 뒤 “세종문화회관을 25개 서울시 자치구와 연계하는 서울 공연예술의 허브로 만들겠다”며 9개 예술단에 배정되어 있던 올해 정기공연 예산 25%를 일방적으로 삭감하고 이를 연계사업 분야로 돌렸다. 이 때문에 상반기에 공연할 예정이던 뮤지컬단의 ‘벌거벗은 임금님’은 취소됐고 오페라단의 ‘돈 조반니’는 하반기로 연기됐다.
일방적인 경영으로 단장들과도 마찰을 빚어 김효경 뮤지컬단 단장과 박세원 오페라단 단장이 사표를 내고 떠났다. 이후 뮤지컬단장에 앉힌 유인택 군장대 교수는 유인태 민주통합당 의원의 친동생으로 영화제작자이지 뮤지컬 전문가가 아니어서 ‘코드 인사’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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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장이 비판에 대해 임기응변식 해명으로만 일관하면서 양측의 목소리는 평행선을 그렸고 결국 오후 1시 10분경 단원들이 “그만하자”며 우르르 자리를 뜨면서 설명회는 끝났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