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이 공개한 1978년 정태춘 1집에 실린 노래 ‘시인의 마을’ 악보.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5일 국립중앙도서관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1996년 당시 문화공보부 산하 한국공연윤리위원회(공윤)가 음반 사전심의제도 폐지에 따라 그때까지 심의에 쓰였던 악보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한 것이다. 도서관은 이 자료들을 지하 5층 서고에 보관해왔다.
자료 중에는 작곡가들의 친필 악보와 등사본 등이 포함돼 있다. ‘가(可·통과)’나 ‘개작(改作)’ 등의 글씨가 붉은 사인펜으로 쓰여 있거나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아침이슬’) 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 가사에 밑줄이 그어져 있는 악보가 많다. 정태춘의 ‘시인의 마을’은 ‘숨가쁜 벗들의 말발굽 소리’라는 가사가 ‘숨가쁜 자연의 말발굽 소리’로 수정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팬들의 대규모 음반 사전심의제 폐지 운동을 촉발시킨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은 처음 제출한 가사가 삭제된 채 음표만 있는 악보에 ‘가’ 판정이 내려져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