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기 부조화로 생긴 병증…‘자연의 리듬’ 회복해야
‘동의보감’에 따르면 여성의 성장주기는 7이다. 곧 7세, 14세, 21세… 49세, 56세 등으로 변주된다(남성은 8이다. 8세, 16세, 24세 등으로 이어진다). 14세 전후에 초경이 시작되고 49세 전후가 되면 폐경이 된다. 초경은 봄, 폐경은 가을이다. 봄은 봄답게, 가을은 가을답게. 그것이 곧 여성성의 자연스러운 리듬이다. 하지만 그게 결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태과/불급’을 짊어지고 나오기 때문이다. 이 ‘태과/불급’이 질병과 번뇌의 원천이다. 그런 점에서 병을 치유한다는 건 선천적인 ‘태과/불급’을 극복해 자연스러운 생체리듬을 회복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우리 시대는 어떤가. ‘태과/불급’을 한층 심화하는 구조를 양산하고 있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주로 비만과 음란물에 대한 노출이라고 한다. 결국 과잉이 문제다. 여자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는지 한번 살펴보라. 영양은 넘치는데 활동은 거의 없다. 아니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다. 거기다 미디어는 성적 이미지들을 무차별적으로 쏘아댄다. 남아도는 에너지가 성욕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러면 호르몬 체계에 이상이 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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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봄은 너무 일찍 와서 시들어버리고, 가을 또한 너무 지지부진해서 거둘 것이 없다. 이런 ‘반생명적’ 배치를 조장하는 배후는 당연히 상품과 서비스다. 상품은 생명의 리듬을 소외시킨다. 서비스는 여성들의 몸을 철저히 의존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따라서 상품과 서비스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여성성 혹은 생명의 주권을 회복하기는 불가능하다. 남성들이 주로 앓는다는 과잉행동장애와 공황장애 또한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면 음양이 모두 ‘태과/불급’을 넘어 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리듬을 회복할 수 있을까? 고심하고 또 고심해야 할 과제다. 남성과 여성 모두.
고미숙 고전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