阿 마라토너처럼 체질을 진화시켜라
DBR 그래픽
신 에어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투입 대비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시장 환경을 말한다. 고산지역으로 올라가면 공기가 희박해지듯이 기업들이 누릴 수 있는 환경과 시장이 주는 편안함이 점차 소멸돼 평지에 있을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숨 막힘이 생겨나고 있다. 산소의 희박함 때문에 고도가 높아지면 대부분의 사람은 고산병을 겪게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건강한 기업도 신 에어 상황의 경쟁에 몰리면 고산병을 겪듯 환경대응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고 이것이 위기의 시발이 될 수 있다.
○ 고산지대의 마라토너
마라톤 하면 떠오는 나라가 케냐와 에티오피아다. 2003년 이래 케냐와 에티오피아는 세계 신기록을 4차례나 경신하며 장거리 육상 분야의 최강자로 부상한다. 왜 이 지역에서 마라톤 강자가 지속적으로 배출됐을까.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고산에서 단련된 심폐기능과 지구력이다. 희박한 산소는 폐활량의 향상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장거리 경주에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고산에서 적응된 체질이 평지에서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평지에 있다가 공기가 희박한 곳으로 고도를 높일 때 발생한다. 지금까지 산소가 풍부한 평지의 사업 환경, 성장하는 시장 환경에 익숙해 있던 기업들에 다가오는 신 에어 환경은 급격한 무력감을 줄 가능성이 크다.
○ 체질 개선과 변화 감지
신 에어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들은 체질을 바꿔야 한다. 우선 과거 호황기에 만들어진 운영시스템부터 청산해야 한다. 최근 일본 전자업체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과거의 시스템을 쉽게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레이저 디스크 플레이어라는 제품을 상용화한 파이오니아는 이 사업을 2009년에야 접었다. 이미 세상은 디지털로 변했는데 창시자라는 명분에 집착하다 제때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못했다.
환경변화 감지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변화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상시적인 줌인, 줌아웃(zoom-in, zoom-out)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때 너무 자세한 지도로 보면 정확하게 길을 찾기는 쉽지만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반대로 크게 보면 전체를 볼 수 있고 막힐 때 대체경로를 찾는 데 유리하지만 제때 좌회전이나 U턴을 못할 수도 있다. 큰 그림과 작은 그림 모두를 봐야 한다.
작은 시장을 공략하는 능력도 개발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인 흰수염고래의 먹이는 놀랍게도 길이가 1∼2cm에 불과한 크릴새우다. 거대한 동물과 작은 먹이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작은 동물을 먹는 데 투입된 에너지양이 산출된 열량보다 낮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하지만 고래는 작은 먹이를 일거에 먹을 수 있는 구조를 가졌다. 즉 아무리 먹이 자체의 단위가 작아도 이를 효과적으로 섭취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대한 덩치를 유지하고 있다. 또 초식동물은 위나 장이 발달해 에너지의 마지막 단위까지 섭취하면서 체격을 유지한다. 반면 육식동물은 먹이의 단위당 에너지양이 많지만 먹이를 찾고 획득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초식동물이 밀도가 낮은 먹이를 먹어도 더 크게 성장하는 이유다. 신 에어 환경에서는 단위당 수확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밀도가 낮은 고객으로부터 효과적으로 가치를 모으는 체계를 갖춰야 생존할 수 있다.
○ 열악한 곳의 거대 생명체
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산업전략1실 상무 jyk@seri.org
정리=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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