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4만3000명 대신해 은행-보험사 상대로 제기금융권 “이자 깎아줘 반환 못해”
4만 명이 넘는 소비자가 은행과 생명보험사에서 담보대출을 받을 때 냈던 근저당 설정비를 돌려 달라며 집단소송에 나섰다. 금융 분야의 집단 소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진 이번 소송에 은행과 생보사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본보 3월 8일자 B3면
“은행 근저당 설정비 돌려달라” 소비자원에 5200명 피해 상담
3일 금융계에 따르면 공공기관인 한국소비자원은 금융회사에 근저당 설정비를 낸 약 4만3000명의 소비자를 대신해 최근 은행과 생보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1인당 평균 피해액은 53만 원으로 승소하면 받을 수 있는 보상액만 230억 원에 이른다. 올해 초 소비자원은 이번 소송을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2월부터 피해상담 신청을 받아왔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이 문제에 성의 있게 나서지 않아 결국 소송을 내게 됐다”며 “자체적으로는 소송에서 질 확률보다 이길 확률이 더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소비자원 외에 고객들이 근저당 설정비 반환을 요구하며 전국 각지 법원에 낸 소송이 200건을 넘는다. 금융 관련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과 일부 민간 법무법인도 별도의 집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금소연은 지난 10년간 금융기관들이 개인 고객에게 징수한 설정비만 10조∼15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금융권은 설정비를 부담한 고객에게 그만큼 대출이자나 중도상환 수수료를 감면해줬기 때문에 반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근저당 설정비와 관련해 고객이 손해를 본 것도, 은행이 이득을 취한 것도 없기 때문에 은행들이 이를 반환할 이유가 없다”며 “해당 은행들도 나름대로 소송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