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재직 때 이어 두번째 日 “일-러관계에 찬물” 불쾌
메드베데프 총리는 이날 오후 4시(현지 시간)경 각료 10명과 함께 항공기를 타고 쿠나시르에 도착했다고 일본 NHK방송 등이 보도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쿠나시르에 있는 공업시설과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하고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3일 오전 사할린 주의 주도인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해 “나는 부총리, 장관들과 함께 오늘 쿠릴 열도를 방문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혔다. 하지만 그날 비바람이 불어 비행기가 이륙하기 힘들었다. 일부 언론은 ‘메드베데프 총리, 쿠릴 열도 방문 연기’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메드베데프 총리는 “반드시 방문하겠다”고 말하며 날이 개기를 기다렸다가 오후 4시가 조금 지난 시점에 쿠나시르에 도착했다.
메드베데프 총리가 두 번째로 같은 곳을 방문하자 일본은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상이 “일본과 러시아가 긍정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일본의 반응에 대해 러시아 측은 대사관 홈페이지 ‘러시아의 목소리’ 코너에서 “쿠릴 열도에 대한 러시아의 주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일본 정부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고 러시아 지도부와 실무진은 쿠릴 열도를 계속 방문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 러시아 국경수비대가 쿠나시르 서북쪽 해상에서 조업하는 일본 선박을 나포하기도 했다.
일본은 쿠릴 열도 4개 섬이 원래 홋카이도(北海道)가 관할하던 행정구역이고 19세기 말 일본인의 손으로 개발한 곳이라며 지속적으로 영유권을 주장해왔다. 일본의 패전 후 1945년 8월에 옛 소련군이 진주하면서 소련 영토로 편입됐지만 원래는 일본 영토라는 것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