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호 서울대 교수 스포츠경영학
매순간 벼랑끝에 서는 피겨 퀸
나는 사람이 태어나서 많은 선택의 순간에 부딪치지만 진로, 직업, 배우자 같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 왔다. 스포츠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스포츠 스타들이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도 머리보다는 마음이 향하는 것을 택할 때 본인 스스로 아쉬움이 적다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김연아의 결정도 스스로 내린 결정인지 궁금했다. 혹시 그의 정신적 매니저로 알려진 ‘엄마’의 입김이 강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자신을 더 상품화해야 한다는 계산은 없었는지, 2018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입성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말도 있던데 정말 그런지…. 한마디로 김연아의 진정성이 궁금했다.
사실 한국 스포츠계에서 김연아의 등장은 국가 주도로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해온 과거 시스템을 깨고 스스로 운동을 선택하고 스스로 자신을 단련해 왔다는 점에서 미래 스포츠 스타 등장의 신호탄이 된 경우다. 동료나 선후배들과 함께 훈련하면 서로 자극도 주고받고 슬럼프에 빠질 때 함께 극복할 수 있지만 그는 대부분 혼자 이겨내 왔다.
누구든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면 뼈를 깎는 자기 혁신을 해야 하지만 운동선수라는 직업은 매 순간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고의 기량, 감각과 영혼을 한순간에 담는 작업이기 때문에 벼랑에서 떨어졌을 때 치르는 대가는 너무 가혹하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하루아침에 추락하지 않았나. 그런 점에서 기록과 경쟁을 추구하는 스포츠는 음악 미술 연기의 영역과는 ‘긴장감’이 또 다르다.
꿈나무 키워 ‘연아의 짐’ 나눠 져야
이번 김연아의 결정이 남들 보기엔 그저 선수 생활의 연장이고 올림픽에 한 번 더 도전하는 정도일 수 있겠지만 개인 삶의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김연아’가 태어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피겨의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한 그에게 더이상 보여주기 위한 성공은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또 도전했다가 실패했을 경우 받을 실망감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아는 다시 그 길을 택했다.
강준호 서울대 교수 스포츠경영학